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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네요

Posted August. 15, 200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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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선(서울대)이 한국 수영사를 다시 썼다.

15일 오전 2시13분(한국시간) 아테네 아쿠아틱센터.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해 8번 레인에 선 19세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오른손을 번쩍 들어 관중의 박수에 답례했다.

탕. 출발 총성이 울리자 남유선은 스타트에서부터 가장 늦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역주를 계속했다. 그러나 결과는 역부족. 예선 때 기록보다 5초 이상 늦은 4분50초35로, 2000년 시드니에 이어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야나 클로츠코바(4분34초83우크라이나)와는 20m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하지만 남유선은 첫 레이스인 접영에 이어 배영에서 50m 반환점에 이를 무렵 홈팬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업은 1번 레인의 앙겔로폴로 바실리키(4분50초85그리스)를 제쳤고 평영에 이어 자유형으로 골인하는 순간까지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비록 메달권과는 거리가 먼 7위지만 남유선은 한국 수영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며 금메달보다 값진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현 대표팀 사령탑인 김봉조 감독이 처음 1964년 도쿄 올림픽 무대를 밟았지만 조오련 최윤희 지상준 등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조차 올림픽 결선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여중생이던 구효진이 평영 200m에서 세운 11위가 최고.

앞서 남유선은 14일 오후 예선에선 4분45초16을 기록해 조희연이 1999년 아산배 수영대회에서 세운 한국 신기록(4분47초74)을 2초58이나 앞당겼다.

다음은 남유선과의 일문일답.

한국 수영의 역사를 다시 썼는데 소감은.

결선에 나가기 직전 떨고 있는 나에게 감독 선생님이 네가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느냐. 경기를 즐겨라라고 충고해 주신 게 힘이 됐다. 꼴찌는 면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목표를 이뤘다.

그동안 연습 때는 잘하고 경기 때는 못하는 불펜 에이스로 불렸는데.

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다. 다른 선수는 1500m면 되지만 나는 3000m는 연습을 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경기 직전 맥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기실에서도 앉아 있지 않고 계속 몸을 움직인다. 앞으로 계획은.

장래 목표는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다. 처음엔 체육심리학이었지만 요즘은 스포츠의학에 끌리고 있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