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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대통령 사과는 했지만

Posted February. 14, 200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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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대북() 비밀송금 사건과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으며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지겠으며 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것인지부터가 분명치 않다. 해명이든 사과든 진실이 담겨 있어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법이다. 유감스럽게도 김 대통령의 사과에는 진실이 결여되어 있었고, 따라서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크게 미흡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 대통령의 해명과 배석자인 임동원() 박지원()씨의 보충설명을 종합하면 이 정부가 추진한 모든 대북정책은 사기업인 현대의 대북사업을 뒷받침하는 데서 출발한 것처럼 보인다. 비밀송금은 현대의 사업을 위해 국가정보원에 도와주라고 한 것이고, 심지어 남북정상회담도 현대측이 대북사업에 대한 남한 정부의 보장과 협력을 얻으려고 북측에 타진해 성사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가 그동안 최대 성과로 내세웠던 남북정상회담의 본질은 현대 사업의 부산물이거나 현대 뒷보증에 불과하단 말인가.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조차 무성의하다. 현대가 대북사업의 대가로 북에 5억달러를 주기로 했다고 뒤늦게 인정하면서도 밝혀진 현대상선의 2억달러 외에 3억달러의 출처 및 전달 여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진솔한 사과를 했다고는 할 수 없다.

이제 타율적 진상규명의 과정은 불가피하다. 국익과 관련된 공개 여부의 판단은 진상을 알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처벌 여부도 진상규명과는 별개 문제다. 대북관계의 투명성 확보는 진정한 남북협력과 평화공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이야말로 국익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진상규명에 협력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정략적 접근으로 국론분열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여권이 일방적 국익론을 고집한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제로 갈 수밖에 없다.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