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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전자 1억달러 행방 밝혀라

Posted November. 01, 200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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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에 얽힌 대북 뒷거래 의혹이 연거푸 제기되고 있다. 현대상선의 4억달러 뒷거래설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에는 현대전자에서 1억달러가 어디론가 사라져 대북 뒷거래에 이용됐을 것이라는 야당 의원의 폭로가 충격을 주고 있다.

폭로 내용은 현대전자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한달 전쯤 영국 현지공장 매각대금 1억6200만달러 중 1억달러를 중동에 있는 현대건설 페이퍼컴퍼니(서류상의 가공회사)에 송금했고 이 회사는 송금 직후 청산됐다는 것이다. 당시 현대전자 관계자의 증언도 폭로 내용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근거없는 폭로는 아닌 게 분명하다. 문제는 1억달러가 어디로 갔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한나라당의 이주영() 의원은 이 돈이 북한에 비밀리에 지원됐거나 다른 부정한 용도로 쓰인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의 주장에는 그럴 만한 개연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송금시점이 남북정상회담 직전인데다 회사의 공식라인을 통한 지시도 없이 사실상 강압적인 지시에 의해 송금됐다는 점이 의혹이다. 더구나 송금 후 불과 7개월 만에 전액 손실처리한 것은 회계 관행상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이 1억달러나 되는 거액의 송금을 철저히 숨기려 했다는 사실도 의심스럽다. 현대전자는 자금거래 명세를 보고해야 하는 주채권은행에도 송금 사실을 밝히지 않았으며 현대건설은 감사보고서에도 문제의 가공회사 설립 사실을 숨길 정도였다. 가공회사 설립 사실이 재무제표에 공시되지도 않고 금융감독원의 감리에서도 지적되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1억달러라는 거액이 비밀리에 송금된 사실이 밝혀진 이상 누구의 지시로, 무슨 목적으로, 어디로 보내졌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당시 현대그룹에서 대북사업을 추진했던 정몽헌() 회장 등 경영진들은 구체적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정부도 더 이상 현대그룹을 감싸거나 대북 뒷거래 의혹을 감추려 들지 말고 진상을 규명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