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분노도 표시 못하는 햇볕정부

Posted October. 17, 2002 23:07,   

日本語

북한이 또 우리의 뒤통수를 쳤다. 겉으로는 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는 등 변화한 모습으로 우리를 환상에 빠지게 하고 속으로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다니 그 충격과 배신감은 그야말로 메가톤급이다. 정부는 615정상회담과 그 후의 성과를 강조해 왔지만 핵개발이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으로 드러남으로써 북한 정권의 본질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제 북한 정권의 진심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해졌다.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북한의 무서운 의도에 대처할 때다.

북한의 핵개발 시인으로 한반도 시계는 94년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사용한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기존방식이 아니라 농축우라늄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핵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니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다. 북한의 핵개발은 당장 제네바합의 위반이다.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가로 북한에 건설 중인 경수로와 미국이 담당하는 중유 공급의 존립 근거가 무너진 것이다.

그런데도 어제 발표한 정부 성명에는 북한에 대한 분노나 비난은커녕 그 흔한 유감조차 담겨 있지 않다. 미 국무부도 북한이 제네바합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협정,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는데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로 작심한 듯 성명은 온건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이달 말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해결책을 논의하고 기존의 남북대화 채널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할 방침이라지만 이처럼 미온적인 자세로 어떻게 북한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모르는가. 북한의 피상적 변화에 홀린 현 정부 햇볕정책 추종자들에게 우리는 나라를 맡기고 있다.

북한이 중대한 약속위반을 한만큼 정부는 햇볕정책의 미망()에서 벗어나 북한에 대한 생각과 자세를 바꿔야 한다. 미국의 뒤만 따를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북한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핵 포기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북한의 핵은 북-미 문제 이전에 남북문제이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마저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핵개발 증거의 내용을 모른다는 사실도 심각하다.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면 한미 공조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며 정부가 알고 있는데도 숨기고 있다면 국민을 속이는 심각한 일이다.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