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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육상의 도핑 게이트

Posted July. 25, 2016 07:04,   

Updated July. 25, 201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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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가 개발한 ‘귀부인 칵테일’은 자국내 술집 어디서도 팔지 않는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자국 선수들에게만 제공한 ‘한정판 칵테일’이다. 다양한 금지약물과 술이 주요성분이다. 어떻게 이런 칵테일을 마시고도 선수들이 도핑검사를 통과했을까. 정보요원들이 배관공으로 위장한 뒤 오염된 소변샘플을 깨끗한 샘플로 바꿔치기 한 덕분이다.

 ▷냉전시대 스파이영화에 나올 법한 국가 주도의 신출귀몰한 도핑작전은 마침내 꼬리가 잡혔다. 작년 국제반도핑기구(WADA)는 러시아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을 정부가 조직적으로 조장 은폐한 사실을 밝혔다. 패럴림픽에 참가한 장애인 선수들에게도 약물을 투여했다. 정부기관과 정보기관이 협업한 도핑게이트가 들통나면서 선수들이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국제대회 출전금지 처분을 내리면서 가장 먼저 육상대표팀의 리우행이 좌절됐다. 올림픽을 꿈꾸며 4년간 땀흘린 러시아 선수들이 정부의 ‘죄’까지 뒤집어썼다.

 ▷단 한 명만 예외다. ‘트랙 위의 바비인형’으로 불리는 멀리뛰기 선수 다리아 클리시나(25). 미모와 힘을 겸비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육상선수’로 알려진 다리아는 국기 대신 오륜기를 달고 개인자격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미국에서 훈련해 도핑과 무관하다는 것을 IOC에서 인정했다. 지금 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울먹인다. “올림픽에 나가게 돼 정말로 행복하다, IAAF에 감사하다”며 올린 SNS글이 화근이다. 일각에서 ‘배신자’ 공격을 퍼부으면서 국민적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미녀 스타는 한 순간 매국노로 추락했다.

 ▷러시아의 도핑 파문이 커지자 도핑필기 시험을 도입한 나라까지 등장했다. 중국 선수단에 따르면 리우의 출전선수와 지도자는 금지약물에 관한 필기시험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어렵사리 출전하게 된 박태환 선수 문제로 시끌벅적했던 한국 역시 마음 놓을 처지는 아니다. WADA는 선수의 ‘의도하지 않는 도핑’에도 엄격한 책임을 묻는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