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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찾은 ‘돈데 보이’ 가수 “한반도 통일 홍보”

DMZ 찾은 ‘돈데 보이’ 가수 “한반도 통일 홍보”

Posted September. 03, 2018 07:30,   

Updated September. 03, 20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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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팝송 ‘Donde Voy(난 어디로)’로 이름난 미국 가수 티시 이노호사(63)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세계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경기 파주시 민통선 내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이노호사는 “‘원 케이 글로벌 캠페인’ 조직위원회의 제안으로 한국인의 통일 열망을 알리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 케이 글로벌 캠페인’은 950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통일 운동이다. 4월 남북 정상회담 환송행사 배경음악으로 쓰인 ‘원 드림 원 코리아’도 2015년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난 어디로, 난 어디로/희망이 나의 목적지/난 혼자, 난 혼자/사막을 가르는 도망자.’

  ‘Donde Voy’는 연인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미국 국경을 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의 심경을 그린 노래다. 황야를 떠돌 듯 처연한 선율은 1990년 국내 인기 드라마 ‘배반의 장미’ 주제곡으로 쓰여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이노호사는 그해 내한해 서울 삼풍백화점에서 공연을 열기도 했다.

 삼풍백화점은 무너졌지만 남북 간의 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28년 만에 내한한 이노호사는 이날 제3땅굴과 도라산전망대를 돌아보며 분단의 현실을 살폈다. 북녘 땅을 바라보며 남북관계에 대한 설명을 들은 그는 “왜 한국 사람들이 내 노래에 그리도 깊이 공감해줬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며 감회에 젖었다.

  “저는 텍사스주의 멕시코계 사회에서 평생을 살았습니다. 목숨 걸고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다 사막에서 길을 잃고 죽어간 사람들의 슬픈 사연을 어려서부터 숱하게 들으며 자랐죠. ‘Donde Voy’도 그런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고요. 남북한이 갈라진 현실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온 이노호사는 새 앨범 ‘West’를 이달 한국에도 발매한다. 그는 “‘Maria Consuelo Arroyo’란 곡엔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멕시코계 여인의 삶을 담았습니다. 중남미계를 성범죄자나 마약거래자로 치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들이야말로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들이란 얘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벽이 필요치 않은 것처럼 남한과 북한 사이에도 벽이 무너지길 소망한다고 했다.

 “내가 통일 노래를 만든다면 ‘Donde Voy’의 속편이 될 겁니다. 속편만큼은 슬픈 노래가 아니라 행복한 노래, 희망적인 노래가 될 거예요.”


파주=임희윤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