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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던 한일관계에 또 찬물

Posted October. 18, 200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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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 17일, 도쿄() 시내에는 하루 종일 부슬비가 내렸다. 신사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수백 명의 경찰이 배치돼 경호에 나섰다.

기자도 신사 입구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행사와 관련된 사람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던 경찰은 상부와 연락을 취한 뒤에야 길을 터줬다.

오전 10시경 총리가 관저를 출발했다는 무전이 전해지면서 경호요원들의 몸놀림이 빨라졌다. 10시 9분 고이즈미 총리를 태운 검은색 관용차가 4대의 호위 차량에 둘러싸여 신사 정문 앞 진입로에 급하게 멈춰 서자 공중을 선회하던 헬기 2대도 신사 상공에 멈췄다.

고이즈미 총리의 모습이 보이자 일부 참배객들이 총리, 감사합니다 힘내세요라며 박수를 보냈다. 호세이()대 대학생들이 외친 야스쿠니신사 참배 반대 침략 전쟁 반대 구호는 이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일반인용 참배전으로 향한 고이즈미 총리는 묵념을 하고 바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함에 던진 뒤 약 25초간 고개를 숙이고 합장했다. 관용차로 되돌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을 넘지 않았다.

한 30대 남성은 고이즈미 총리가 지나가자 한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8월 15일 참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반성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에 앞서 자민당 당직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이 언제 갈 거냐, 언제 갈 거냐고 집요하게 묻는다. 그분들을 계속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니까 간다. 난 반드시 참배할 거니까라고 말했다.



박원재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