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 검찰총장이 국회 법사위의 출석 요구에 끝내 불응하자 한나라당은 어제 오후 탄핵소추안을 제출한 반면 민주당은 이를 결단코 막겠다고 맞서 연말정국이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신 검찰총장을 탄핵하려는 첫째 사유로 그가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권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검찰 죽이기에 나섰다고 비난한다. 정략에 따른 무리한 탄핵이라는 것이다. 결국 탄핵을 하겠다는 쪽이나 안 된다는 쪽 모두 정치적 이유인 셈이다.
우리는 이번 문제를 여야의 정치적 주장에 따라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르다고 재단할 생각은 없다. 단지 검찰총장에 대한 그동안의 민심 향배에 주목한다. 절대 다수의 여론은 신 검찰총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신 검찰총장은 자진 사퇴는커녕 2야()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국회의 출석 결의조차 거부했다. 그렇다면 이제 국회법 절차에 따른 탄핵을 결단코 막을 명분은 없다고 본다.
신 검찰총장은 어제 국회 법사위에 보낸 불출석 답변서에서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는 이유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들었다. 검찰총장의 국회 증언은 사법권의 독립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출석 사유가 국민에게 얼마만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총장이 탄핵소추 대상에 오른 것부터가 검찰이 중립성과 독립성을 잃고 있다는 여러 정황이 쌓인 결과다. 각종 게이트와 연관된 편파 수사와 눈감아주기 수사 의혹, 검찰 고위 간부가 줄줄이 옷을 벗은 부끄러운 사태는 모두 검찰이 고유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검찰총장이 탄핵되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업무가 정지되는 것은 불행한 노릇이다. 그러나 이 문제로 여야가 사생결단식으로 맞서 민생과 직결되는 새해 예산안 및 각종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은 더욱 큰 국가적 해악이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검찰총장 탄핵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자민련이 탄핵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또 그 결과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그것은 별개 문제다. 다만 국회법에 어긋난 무리수로 국회가 난장판이 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