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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이어 배터리… 미래산업에까지 찾아온 위기

석화 이어 배터리… 미래산업에까지 찾아온 위기

Posted January. 15, 2026 09:29   

Updated January. 15, 2026 09:29


지난달 미국에서 조(兆) 단위의 차량용 공급 계약들이 취소된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최근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배터리 3사 체제가 유지 가능한지 진지하게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철강에 이어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까지 구조조정 위기등이 켜진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유럽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따른 배터리 수요 감소와 중국 기업과 경쟁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먼저 유럽이 2023년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자 배터리 수요가 급감했다.한국 배터리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2022년 63.5%에서 2024년 48.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력인 중국 기업 점유율은 34%에서 47.8%로 올라선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세계시장(중국 제외) 점유율도 중국에 따라잡혔다.

주문 취소가 잇따른 미국 시장 상황은 더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충격이 배터리 업계까지 닥쳤다. 미 7개 주에 약 580GWh 규모의 14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배터리 기업은 미 완성차 업체의 주문 취소로 kWh당 최대 45달러 규모의 배터리 세액공제을 제대로 받지 못할 처지다.

배터리는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산업이다. 한국 기업들은 비싼 전기요금과 부족한 자원을 갖고 버티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우리의 수십 배에 이르는 정부 보조금으로 원자재를 저가에 들여오고 대량설비를 구축했다. 대기업들이 미래를 보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미국과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키우는마당에 “기업이 구조조정 안을 가져오면 정부가 지원한다”는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지원’ 원칙으로 민간의 자발적 사업재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수요가 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로 생산라인을 전환하거나 인수합병(M&A)으로 활로를 찾는 민간 자구 노력은 불가피하다. 동시에 자율적인 산업 재편을 이끌어낼 정부의 유인책도 함께 가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첨단산업 생산세액공제,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 지원 등을 도입하거나 올해 종료되는 ESS 특례 할인제도의 일몰 연장을 통해 사업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있다. 군사용 드론, 로봇용 배터리 등의 신규 수요를 만드는 일도 나서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막는 공정거래법상 규제 등도 정리해야 한다.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다간 골든타임을 놓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