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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LG ‘어닝쇼크’ 속 트럼프 독촉장

 삼성·LG ‘어닝쇼크’ 속 트럼프 독촉장

Posted July. 09, 2025 08:04   

Updated July. 09, 2025 08:04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산 수입품에 예고한 대로 25% 상호관세를 물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한이 한국에 도착했다. 미국을 만족시킬 협상안을 이달 안에 내놓으라는 독촉장이다. 관세 부과까지 3주 시간이 남았지만, 관세충격으로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 협상에 나선 한국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군사동맹국인데도 서한을 받은 14개국 중 1, 2번째 표적이 됐다. 한국이 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협상 진척이 없어 타박을 들은 일본은 당초보다 1%포인트 높아진 25% 관세율을 받아들었다. 20% 관세가 예정된 유럽연합(EU)이 빠진 데에는 10% 관세를 수용하고 협상 중이란 점, 회원국 대부분이 겹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미국 뜻에 따라 방위비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높이기로 한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귀국이 폐쇄됐던 무역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고, 관세·비관세 장벽 등을 제거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관세) 조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3주 동안 흡족할 제안을 내놔야 관세율을 깎아주겠다는 압박이다. 한국으로선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확대 등 이미 공개된 카드 이상의 협상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관세폭탄이 본격화하기 전인데도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임시로 부과된 10% 관세로 인한 가전의 실적악화, 반도체 부진이 겹쳐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5.9%, 0.1%씩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영업이익, 매출도 46.6%, 4.4% 줄었다. 모두 시장 예측보다 현저히 낮은 ‘어닝 쇼크’ 수준이다. 25% 품목관세가 부과된 현대차·기아와 50%의 관세를 맞은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 영업이익도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한미 통상협상에서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은 자동차·반도체·가전·철강 등 대미 주력 수출품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을 합리적인 수준의 관세율이다. 이를 위해선 정치적·경제적 부담이 있더라도 방위비 증액이나 민감 품목 시장개방 같이 고통스럽고 힘든 결단까지 고려해야 한다. 제한된 시간, 열악한 조건 속에서 모든 것을 지키려다, 결과적으로 더 큰 걸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