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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등장에 ‘공연장’ 된 백악관… “다름 잘못 아니다”

BTS 등장에 ‘공연장’ 된 백악관… “다름 잘못 아니다”

Posted June. 02, 2022 07:45   

Updated June. 02, 202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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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 약 35분간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BTS 팬클럽 ‘아미’가 백악관 주변을 에워싸고 49석을 보유한 백악관 기자실에도 각국 기자 100여 명이 몰려 BTS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는 등 마치 백악관 일대가 공연장처럼 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 젊은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BTS를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 철폐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들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한 사람이 증오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이야기하면 증오는 점차 줄어든다. 사람들은 여러분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인다”며 BTS 같은 유명인이 아시아계 증오범죄 근절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BTS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발효한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법안’에 감사를 표하며 “아시아계 증오범죄의 해결책을 찾는 데 저희가 조그만 노력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환담을 마친 후 바이든 대통령은 BTS에게 대통령 기념주화도 선물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전 백악관 브리핑룸에 등장한 BTS는 각국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브리핑룸을 찾은 기자는 평소보다 3배 많았다. 기자들이 앞다퉈 휴대전화로 BTS를 찍자 기자실 뒤에서 회견 영상을 촬영하려던 백악관 카메라 기자들이 “전화기를 내리라(phone down)”이라고 외쳤다. 이날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된 백악관 기자회견 동영상에는 31만 명 이상이 동시 접속했다.

 검은색 정장, 하얀 셔츠,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차례차례 연단에 오른 BTS 멤버 7인은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근절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리더 RM이 먼저 영어로 “아시아 증오범죄, 아시아계 포용 및 다양성 등의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게 돼 영광”이라며 아티스트로서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할 기회를 준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나머지 멤버는 한국어로 발언을 했고 영어와 한국어 통역이 제공됐다. 지민은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많은 증오범죄에 놀랐고 마음이 안 좋았다. 이런 일의 근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자리를 빌려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했다. 슈가 역시 “나와 다르다고 잘못된 건 아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했다. 제이홉은 “다양한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아미’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국은 “한국인의 음악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어 전 세계 많은 분께 닿을 수 있다는 것이 아직도 신기하다”며 이를 가능하게 한 음악은 참으로 훌륭한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