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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 민족

Posted November. 03, 2020 07:29   

Updated November. 03, 202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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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단의 누비아인, 네팔의 구르카족, 터키의 쿠르드족, 중동의 베두인족…. 세상에는 타고난 용맹성과 전투적 기질로 유명해진 민족들이 있다.

 이런 민족들의 역사를 조사하다 보면 이들의 삶에 드리운 전쟁의 역사가 너무나 오래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누비아인은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침공을 받았다. 쿠르드족의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애잔하다. 강인한 투지와 전투력, 단결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주변의 강대국에 휘말려서 싸우고, 이용당하고 배신당하는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도 쿠르드는 IS와의 전쟁에서 용맹을 떨쳤지만 전쟁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운명의 전철을 밟고 있다.

 쿠르드족의 이런 운명은 기원전 11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동지역에서 최초의 제국이라 불리는 아시리아가 처음 정복전쟁을 시작했을 때, 군주였던 티글라트필레세르 1세가 처음 침공한 지역이 쿠르드족의 땅이었다. 이때도 아시리아가 홀로 쿠르디스탄을 침공한 것이 아니었다. 북쪽 서북쪽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정복군대가 발진했고, 그들과 아시리아가 충돌하면서 쿠르드족의 땅까지 전쟁에 휩쓸렸던 것이다. 기록이 없어서 그렇지 그 전에도 평화롭게 살았을 것 같지가 않다.

 이쯤 되면 이들이 진정 전투적인 민족으로 태어난 것인지, 지정학적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 의문이 든다. 나는 후자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들이 수천 년간의 운명, 현재도 끝나지 않은 고통에 자신들을 저주하며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도 고난 속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이건 축복이기도 하고 저주이기도 하다. 모든 사회는 내적 갈등과 외적 침략의 위험 속에서 살아간다. 그 비율은 지정학적 조건마다 다르지만, 대응 방법은 같다. 어느 하나도 포기해서는 안 되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싸우는 법과 함께 공존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어느 하나도 부정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