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숭고’해 졌는가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숭고’해 졌는가

Posted April. 16, 2020 07:46   

Updated April. 16, 2020 07:46

中文

  ‘클래식 음악’이라면 심각하고 진지하며, ‘고귀한’ 감동을 주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다. 이유가 뭘까. 언제부터 그런 걸까.

 한 피아니스트의 강의 겸 리사이틀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피아니스트 허효정은 이달 초 유튜브에 지난해 서울 예술의전당과 대구, 광주에서 개최한 ‘허효정의 인문학 리사이틀―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숭고해졌는가?’를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작곡가와 피아니스트 등 음악가들이 SNS에 공유하면서 음악계에서 화제가 됐다. 한 작곡가는 “재미있는 데다 뭉클하다. 격이 다르다”고 평했다.

 콘서트에서 허효정은 “클래식은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는 신념으로 음악을 해왔지만 음악도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생각에, ‘클래식=고매함’이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왔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19세기 악보출판이 늘고 예전에 연주한 음악을 다시 연주하게 되면서 음악은 ‘역사적인, 가치 높은’ 것이라는 관념을 갖게 됐다. ‘클래식’이란 표현도 이 무렵 생겨났다. 

 또 당시 서양 철학계에 유행했던 ‘숭고’ 담론이 음악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롱기누스의 ‘숭고론’이 번역되면서 ‘숭고’ 담론은 철학의 중요한 주제가 됐고 작곡가들도 ‘숭고함’을 음악에 담으려 노력하게 됐다는 것이다. 영국 철학자 버크의 “숭고란 폭풍우를 멀리서 보는 것처럼 공포와 즐거움이 섞인 감정”이란 이론은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쳐 음악에 어두움과 격렬함이 표현됐다. 철학자 칸트는 철학을 통해 닿을 수 없던 무한한 존재가 ‘숭고함’ 같은 미학적 과정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봤다. 베토벤도 작업 테이블에 칸트의 “하늘에는 빛나는 별, 내 마음에는 도덕률”이라는 구절을 간직했다.

 허효정은 “오늘날의 음악가도 숭고함이란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붙들고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결론지었다.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허효정은 “즐거움과는 또 다른 클래식 음악의 정체성인 ‘숭고’를 청중과 함께 알아보면서, 우리 시대 음악의 가치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리사이틀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의 ‘인문학 리사이틀’은 앞으로 1년에 2회쯤 총 7회를 열 계획이다.

 허효정은 서울대 기악과와 미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피아노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에서 서양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