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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황당한 재취업 행태

Posted August. 21, 2018 07:25   

Updated August. 21, 201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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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하나는 거대 기업에 맞서 중소기업, 하도급업체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싸우는 정의의 기관 이미지다. 또 하나는 국가권력을 뒷배경으로 기업들에 횡포를 부리는 악당 이미지다. 검찰의 공정위 재취업 수사결과 드러난 것을 보면 악당을 넘어 조폭 수준이다.

 ▷‘연봉 2억6000만원, 차량 제공, 자가 운전 보조비, 매달 400만원 사용할 수 있는 법인카드’ 2016년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었던 정재찬 씨 등 공정위 간부들이 한 대기업을 압박해 1년 뒤 고문으로 취업시킨 공정위 퇴직간부의 취업 조건이다. 세상에 어떤 기관이 월급은 물론 법인카드 한도까지 정해서 퇴직자 재취업을 시킬까. 재취업 대상 기업들을 보면 지배구조, 인수합병에서 광고까지 이리저리 걸릴 게 많은 대기업들과 소비자 문제가 끊이지 않는 유통기업들이다. 기업의 약한 고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공정위의 ‘전문성’이 드러난다.

 ▷공정위뿐일까.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힘 있는 부처와 기관들은 평소 기업을 좌지우지할 있고, 그럴수록 기업들은 그 부처 출신 공무원들을 채용하고 싶어 한다. 현직 공무원에게 말이라도 건넬 수 있는 과거 동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재취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그야말로 악성 먹이사슬 구조다. 공정위는 다른 경제부처처럼 산하 공기업이 없어 퇴직 후 낙하산으로 갈 자리도 마땅치 않다. 공정위가 왜 그토록 퇴직자 재취업에 필사적인지 알 수 있다.

 ▷공정위 간부들이 검찰에 불려가고 처벌을 받는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으로 새 정부가 출범해 전속고발권을 두고 검찰과 공정위가 마찰을 빚을 때마다 발생해온 것이 사실이다. 어제 김상조 위원장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정위는 시장경제에서 경쟁과 공정의 원리를 구현해야하는 기관임에도 불고하고 그간 법 집행 권한을 독점해왔다”면서 전속고발권과 이번 사태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검찰과의 기싸움을 떠나, 황당한 재취업 행태의 처절한 반성과 철저한 재발방지부터 고민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