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17일 장례식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전직 해외 정상 등 요인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아일랜드 공화주의자나 극좌 단체의 테러 가능성이 제기돼 영국 정부가 초비상이다.
영국 경찰은 이미 런던과 리버풀, 글래스고에서 대처의 사망을 반기는 과격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여러 단체들이 장례식에 맞춰 항의 집회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10일 밝혔다. 대처 시대가 남긴 갈등과 분열이 그의 사망을 계기로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
대처는 1981년 수감된 아일랜드공화국군(IRA) 단원들이 단식투쟁을 벌여 10명이 사망했을 때도 강경하게 대응해 IRA의 테러 목표가 됐다. 이후 1984년 보수당 연례회의 때 IRA의 폭탄 공격을 받기도 했다. 런던 경찰은 아일랜드 분리주의자들의 테러나 폭력 행위가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장례식에 외국 요인들이 얼마나 참석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처가 시대의 개혁가로 칭송했던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9일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례식은 국내정보국(MI5)과 경찰, 영국 성공회가 함께 특위를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이날 전했다. 경찰은 이미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부터 휴대전화 문자로 폭력 행위나 집회를 모의하기 위한 내용이 오가는지 감시하고 있다.
대처의 죽음은 사회 각 분야에서도 반목의 파장을 부르고 있다.
영국 프로축구리그 연맹은 대처 전 총리의 업적을 둘러싼 논란에 따라 당초 경기 전 묵념 행사를 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9일 석간 이브닝스탠더드의 1면 톱기사 제목은 갈라진 런던, 브릭스턴의 시위와 벨그레이비아의 헌화였고 시위 현장과 추모 현장을 찍은 2장의 사진이 나란히 실렸다.
74년 전 만들어진 딩동! 마녀가 죽었다라는 곡이 대처 사망 후 영국 아마존 음원 판매 차트 2위, 아이튠스 음원 판매 차트 톱10에 올랐다. 이 곡은 1939년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주디 갤런드가 부른 것. 사람들을 테러와 공포에 질리게 했던 사악한 늙은 마녀가 마침내 죽었다네. 오, 행복한 날!이라는 가사의 댄스곡이다. 할리우드리포터는 9일 대처의 죽음을 축하하는 이들이 의도적으로 한꺼번에 다운로드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치권도 10일 소집된 하원의 대처 추모회의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보수당의 전현직 정치인들이 극찬을 쏟아 놓은 것과 반대로 노동당의 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은 대처리즘은 영국이 현재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존 먼 노동당 의원은 대처 전 총리를 위해 예산을 허비하는 회의에 참석하느니 치과 진료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종훈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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