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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푸틴 2만여명 우리가 권력이다

Posted March. 07, 2012 08:5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3선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 날인 5일 밤 모스크바의 최고 권부인 크렘린궁 주변에서는 친()푸틴 시위대와 반()푸틴 시위대가 맞대응 야간시위를 벌였다. 반푸틴 세력은 시내 중심에 텐트를 치고 농성 시위를 벌이려고 했으나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무산됐다.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판 모스크바 점령 시위는 불발로 그쳤으나 불씨는 지폈다고 분석했다.

5일 오후 6시 반경 크렘린궁 외곽에서 700m가량 떨어져 있는 푸시킨 광장에 반푸틴 시위대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가슴에는 하얀 리본을 달았다. 하얀 리본은 지난해 12월 총선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이후 등장한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야권의 상징물이다. 집회장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장갑차처럼 보이는 시위진압 차량과 트럭이 조명 아래 대기하고 있었으나 시위 참가를 막지는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선거 다음 날인 5일에 모이자는 내용이 널리 알려져 불과 몇 분 만에 광장은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야권 지지자로 가득 찼다. 야권 지도자들은 군중을 뚫고 연단으로 향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를 2만 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광장 옆 푸시킨 영화관 건물에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공식 집회는 오후 7시 20분 시작됐다. 야권 지도자 블라디르 리시코프 씨는 우리는 총선과 대선을 다시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외쳤다. 자유주의 성향의 야권 지도자 가리 카스파로프 씨는 푸틴이 어제 흘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보톡스였다며 러시아의 지도에서 보톡스의 웅덩이를 지워버리자고 호소했다.

집회는 민족주의 성향의 유명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 씨의 연설로 절정을 이뤘다. 그가 우리도 한 표가 있다, 여기 우리가 권력이다라고 연설하자 군중도 우리가 권력이다며 호응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거리로 나올 것이고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간간이 푸틴 없는 러시아를 원한다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오후 8시 반경 공식 집회가 끝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온 뒤 광장 곳곳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수천 명이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때 경찰과 대테러부대 오몬 요원들이 집회장에 투입됐다. 좌익전선 지도자 세르게이 우달초프 씨와 나발니 씨 등 지도자 10여 명이 체포되고 수백 명이 연행됐다. 일부 시위대가 폭력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저항했으나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일부 시위대는 푸시킨 광장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트베르스카야 거리로 이동해 가두행진을 벌였고 일부는 크렘린궁 주변을 에워싸고 인간띠 시위를 시도하다 연행됐다. 야권은 10일에도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서 집회를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6시경 크렘린궁에 인접한 마네슈 광장에서는 친푸틴계 청년 조직 나슈가 조직한 지지 시위가 열렸다.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푸틴의 승리를 지켜내자는 구호와 큰 음악소리 때문에 주변 차량의 소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주최 측이 약 4만 명이라고 밝힌 친푸틴 시위대는 8시경 조용히 해산했다.



정위용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