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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러시아발 애그플레이션

Posted August. 09, 2010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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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미국 증권사 메릴린치가 2007년 만든 신조어()다. 7월에 국제 밀 가격이 42%나 폭등해 2년 전 애그플레이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밀 가격 폭등은 러시아가 130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곡물 생산 급감을 예상하고 밀을 비롯한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밀 가격이 올라가면 이를 원료로 하는 라면 빵 국수 같은 한국의 서민친화형 식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나비효과(원격파급효과)가 나타난다.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 경제국들의 등장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인구가 25억 명이나 되는 두 나라의 경제발전은 식품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왔다. 식생활의 변화로 육류 소비가 늘자 동물 사료용 곡물 수요도 크게 늘어 이중으로 가격 상승을 불렀다. 게다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곡물생산량이 줄어드는 마당에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 연료 생산을 늘려 곡물 재배면적을 줄인 것도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올해 곡물 가격 상승이 2008년처럼 심각한 상황을 빚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곡물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상이변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난 것은 불안하다. 중국은 대홍수로 벼농사가 큰 타격을 입었고 캐나다도 폭우 때문에 밀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가뭄으로 7월 말 설탕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악재다. 하지만 내년 6월 전 세계 밀 재고량이 1억8700만t에 이르고 국제유가도 2년 전의 절반 수준이라서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인 26%(2008년)여서 식량안보 차원에서 취약하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도 49.2%(2006년)에 불고하지만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에 불과하다. 쌀 일변도의 곡물재배 구조를 개선하고 곡물 수입처를 잘 관리하며 해외농업생산기지 개발도 계속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밀가루의 10%를 쌀가루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는 승산이 있어 보인다. 남는 쌀의 소비를 늘리고 밀의 수입은 줄이는 일석이조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