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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아 보는 맛에 산다

Posted February. 09, 2009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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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평균 시청률 19.5%(TNS), 18.1%(AGB닐슨).

시청자들의 눈은 7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시엄에서 열린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 입학 예정)에게 집중됐다.

이날 SBS의 평균 시청률은 낮 시간대였음에도 20%에 육박했다. 김연아가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시청률은 28.7%(AGB)까지 올랐다. 보통 토요일 오후 24시 시청률은 78%에 불과하다.

이날 김연아 경기 시청률은 지상파 3사 전체 프로그램 중 4위(AGB), 또는 5위(TNS)에 올랐다.

김연아 신드롬 전국 강타

신드롬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대상을 우상으로 섬기고 모방하는 문화 현상을 말한다.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의 관심사다. 김연아는 기록적인 시청률의 주인공이었고 그를 앞세운 CF가 쏟아지고 있다. CF는 자동차, 생활가전, 빵, 귀걸이, 우유, 화장지 등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있다. 관련 상품들은 불티나게 팔린다. 국민들은 김연아가 출연한 제품을 구입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정치권도 김연아 열풍에 가세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경기가 끝난 직후인 7일 저녁 미니 홈피에 학창 시절 스케이트 타던 사진을 올린 뒤 김연아 선수가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자유선진당은 8일 김연아의 우승을 축하하며 우리나라의 무한한 잠재력과 저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한 쾌거라는 스포츠 논평을 이례적으로 내놨다.

엄친딸 김연아

김연아 신드롬의 핵심은 세계 정상에 오른 피겨스케이팅 실력에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에서 열린 그랑프리파이널에서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이번 4대륙대회에서 설욕전을 펼쳤다.

7일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러츠 점프를 하다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연기를 계속하는 모습은 뜻 깊었다. 오뚝이처럼 일어선 김연아는 경제 위기에 빠진 국민에게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다.

탤런트급 외모에 걸출한 노래 실력까지 갖췄다는 점도 김연아 신드롬을 일으킨 요소 가운데 하나다.

앳된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난 김연아는 남녀노소 모든 팬들에게 골고루 어필하며 국민 스타로 자리 잡았다. 그의 매혹적인 미소에 국민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김연아는 우승한 뒤 캐나다 언론과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영어로 술술 풀어놓는 김연아를 보며 국민들은 영어까지 저렇게 잘할 줄이야라며 깜짝 놀랐다.

김연아가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완벽한 딸이란 의미)이 되면서 일부 누리꾼의 악플(악성 댓글)도 나오고 있다.

땀이 만든 스타

김연아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연예인 스타와는 다르다. 스포츠 현장에서 숱한 고난을 극복하고 오로지 실력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병준(스포츠심리학) 인하대 교수는 김연아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장에서 세계 최고가 됐다. 특히 서양인들의 잔치로 생각되던 피겨를 한국인의 잔치로 만들어 국민들은 더 자부심을 가지고 열광한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실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훈련에만 전념하기 위해 매년 캐나다에 훈련 캠프를 차린다.

그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도 김연아를 일회성 스타가 아닌 국민 스타로 만들기 위해 실전 영어회화 강습 등 중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가공된 이미지의 스타보다는 땀의 결실로 뜬 김연아에 주목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현대자동차, 나이키는 메인 스폰서를 자청했다. 삼성하우젠, LG생활건강, 매일유업 등이 유수 기업들이 연예인 대신 김연아를 선택했다.

이제 김연아는 1년 계약 광고의 출연료가 7억10억 원에 이르는 특급 모델이 됐다. 피겨 여왕은 신드롬을 만들었고 스포츠 재벌로 무럭무럭 크고 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