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등에 활용되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7일 한국원자력연구원(대전 유성구 덕진동)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을 위해 비상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핵의학영상검사에 필수적인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몰리브덴(Mo)-99를 생산하는 캐나다 국가연구용원자로(NRU)가 올해 초부터 가동을 전면 중단함에 따른 조치이다. 핵의학영상검사는 암, 갑상샘 질환, 신장 질환 등을 진단할 때 실시된다.
이에 따라 원자력연구원은 다음 달 중 하나로에서 Mo-99 생산라인 점검과 예비 생산시험을 마치고 3월부터 Mo-99를 생산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국내 Mo-99 소요량의 42.8%를 공급해 온 캐나다의 NRU가 가동을 멈춘 데 이어 캐나다 정부가 NRU 대체용으로 건설 중인 다목적응용물리실험원자로(MAPLE)도 설계 결함이 발견돼 조만간 가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하나로를 동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Mo-99는 캐나다와 네덜란드, 벨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 독일 등 6개국이 전 세계 수요량의 95%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은 캐나다와 네덜란드, 벨기에, 남아공 등 4개국에서 국내 수요량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교과부 측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 2위 Mo-99 생산국인 네덜란드도 지난해 8월부터 노후화된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 국제 시세가 지난해에 비해 2, 3배 올랐다며 이번 비상 가동은 Mo-99 가격 상승으로 핵의학영상검사가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Mo-99 수입업체들은 최근 일부 병원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병원 측은 정해진 의료보험 수가 때문에 가격을 올려줄 수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외국 일부 원자로의 생산 중단으로 국내 상당수 병원에서 핵의학영상검사가 중단 또는 연기되는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 Mo-99 수요량의 5% 정도를 공급하는 하나로를 풀가동한다고 해도 전체 수요량의 30% 정도밖에 공급할 수 없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방사성동위원소협회 관계자는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을 전담하는 원자로를 건설하는 게 공급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는 29,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Mo-99의 효율적 공급 방안에 대한 긴급 대책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는 교과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방사성동위원소협회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임소형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