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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소유-경영 둘러싸고 법과 현실 사이 괴리 있다

기업 소유-경영 둘러싸고 법과 현실 사이 괴리 있다

Posted April. 18, 2008 03:22   

삼성 특검팀은 17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건희 회장 등 관련자 10명을 전원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이 이 회장 등 사건 관련 핵심 임직원들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구속 대신 불구속 기소를 결정한 것은 전체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과 함께 법과 기업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한 고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조준웅 특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재벌의 기업 경영 및 지배구조를 유지 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되어 있던 불법행위를 현 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하여 형사상 범죄로 처단하는 것으로 그 조직 구성원의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 조세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위와 같은 범죄는 기업 특히 재벌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둘러싼 현실적 여건과 법적 제도적 장치 간의 괴리 또는 부조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 등 이번에 문제가 된 삼성 임직원들의 행태가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동안의 흐름을 살펴보면 삼성 측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할 당시 사회 전반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았고 특히 대주주 지분에 대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이 회장이 지분 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경영권 보호와 방어를 위해 차명으로라도 지분 확보가 절실했던 사정이 있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 측도 특검팀이 기소한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이러한 관행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기본적으로 경영권 보호와 방어를 위한 지분 분산의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사전에 포탈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장기간 차명 주식을 보유 운용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빌려준 임직원의 사망이나 퇴직으로 해당 계좌의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양도차익이 발생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영권 문제에 대한 기업의 현실적 고민을 이해하고 편법 경영권 승계를 불가피하게 했던 관련 법령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재계는 특히 현재의 상속세 체계로는 기업의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쉽지 않다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 인사들은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상속받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야 하는 사례가 많아 경영권 유지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상속세를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법령을 엄격히 적용하면 상당수 기업인이 형사처벌을 면키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삼성의 불법행위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우리 경제를 위해서라도 기업 현실과 법의 괴리를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삼성 사태와 관련해서는 사법적 판단을 지켜보고 더 이상 과거의 의혹만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극인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