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성장에서 물가 안정으로 바뀌었다는 최근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말 국내외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안정이 성장보다 더 시급한 상황이라며 물가 관리를 우선시하겠다고 언급한 데에 비하면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대통령의 현실 진단과 경제팀 좌장의 해석이 이처럼 다르게 나타나니 금융시장이 출렁댈 수밖에 없다. 기업들도 경제정책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헷갈린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술 더 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30원까지 갔는데 단기적으로 보면 천장을 한번 테스트해본 것이라고 말해 혼선을 부채질했다. 이는 환율이 이미 천장을 찍었으니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뜻으로 해석돼 환율이 6년 11개월 만의 최대폭인 20원 이상 급락(원화가치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같은 날 강 장관은 수출 확대를 위해 환율 상승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국 경제의 지휘부에서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 시장을 교란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과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외환위기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기초체력이 약해진 우리 경제로서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확충과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물가 중 어느 한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런 점에서 7% 성장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딱 부러지게 우선순위를 두기 어렵다는 강 장관의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나 향후 방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언급은 경제주체들의 반응까지도 예상해 극히 절제된 언어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강 장관과 이 총재는 각종 악재로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힘을 모으기보다는 금리와 환율 정책의 주도권 경쟁에만 혈안이 된 모습을 보였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국면에서 유독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이에 따라 주가 하락 폭이 커진 데는 시장 참가자들을 상대로 고도의 두뇌게임을 벌여야 하는 경제 관료들이 경솔한 발언을 쏟아내 자기 패를 미리 보여주는 우()를 범한 탓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