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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주의-아마추어리즘 퇴장 ?

Posted July. 21,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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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의 사퇴 의사를 노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위원장이 물러나면 그가 관장해온 12개 국정과제위원회의 인적 구성이나 틀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전성은() 교육혁신위원장도 2년 임기가 만료되면서 곧 바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대책을 다루고 있는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는 9월부터 대통령이 위원장을 직접 맡는 고령화위원회로 확대 개편된다.

왜 물러나나=청와대 측은 1기 정책기획위원회가 임기 만료에 따라 역할이 달라졌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 2년 반 동안 중장기 국정과제의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왔으나 대통령 임기의 반환점을 앞둔 지금은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집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앞으로는 100여 개의 로드맵이 각 부처에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대통령정책실에서 점검하고 조정할 계획이며 정책기획위는 예전처럼 순수한 자문기능에 머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 자문단에 합류했고, 200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경제1분과 간사로 현 정부의 정책 청사진을 그리는 데에 깊숙이 참여했다.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정책실장으로 기용됐고 2004년 1월부터는 중도하차했던 이종오() 전 정책기획위원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았다.

이 위원장은 2년 7개월가량 노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굵직한 경제정책의 산파역을 맡았다.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2003년 1029 부동산대책이 그의 첫 작품이었다. 또한 상속세 및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등 대기업 정책도 주도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시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비판도 받았고 당시 성장을 강조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의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의 사퇴 의사를 노 대통령이 수용한 데에는 8월 말 내놓을 강력한 부동산대책의 파장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분배론자로 각인된 이 위원장을 청와대의 핵심적 위치에서 물러나게 함으로써 부담을 덜려고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경제정책 기조 바뀌나=이 위원장은 겸직 중인 대통령정책특보 직은 유지한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비상근 특보가 된다. 지금까지는 대통령특보 자격으로 수석보좌관회의에 고정적으로 참석했고 좌석도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 다음 순위인 노 대통령의 바로 왼쪽 자리였다.

이 위원장이 물러나더라도 노 대통령의 경제노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청와대도 정책 기조에 변화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장 8월 말에 나올 부동산대책은 보유세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정우 브랜드는 여전히 유지되는 셈이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단기적 경기부양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이 위원장의 장기전략 중시 노선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지지의 뜻을 거듭 보내왔다.

후임 위원장에는 대학교수 출신이 기용될 전망이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 등 3, 4명이 물망에 올라 있다고 한다.

재계 반응=재계는 속으로는 반기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재경부 등 경제부처 관료들이 성장위주의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제동이 걸린 적이 적지 않았다면서 이 위원장의 퇴진을 정책변화의 신호탄으로 여겼다.

그는 임기 중반을 넘어서는 현 시점에서 이 위원장 퇴진이 투자 활성화와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펼치는 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LG의 한 임원은 이 위원장은 현실보다는 상당히 이상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데 집착하는 것 같았다면서 상징적 차원에서 현 정부의 분배주의 성향이 적잖이 퇴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부동산정책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은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의 퇴진은 몸통은 그대로인 채 깃털만 바뀌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김정훈 최영해 jnghn@donga.com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