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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각+배당금 1조안팎 이익챙겨

Posted July. 18, 200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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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경영권 참여를 노렸던 영국계 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보유 중인 SK 지분 전량을 외국 투자회사에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03년 4월부터 시작된 최태원() SK 회장과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은 2년 3개월 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소버린은 주식 매각을 통해 1조 원 안팎의 이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소버린, SK 지분 매각 임박

17일 SK그룹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소버린은 SK 지분 14.82%(1902만8000주) 전량을 팔기로 하고 최근 영국과 홍콩 등의 투자회사들과 합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소버린이 15일경 외국계 투자자들과 지분 매각 협상을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분 인수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식 매각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은 금융감독원에 주식 대량보유 상황 보고서가 접수된 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소버린이 SK 지분을 처분키로 한 이유는 무엇보다 충분한 평가이익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소버린은 2003년 4월부터 SK 지분을 주당 평균 9293원에 사들였다. 15일 종가(5만2700원)에서 평균 매입단가(9293원)를 뺀 금액(4만3407원)에 보유 주식 수를 곱하면 총 시세차익은 8259억4839만 원이다.

여기에 2003년과 2004년에 받은 배당금 485억 원과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 등을 감안하면 전체 이익은 1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SK에 대한 경영 참여 시도가 무산된 것도 지분 매각을 결정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소버린은 작년 SK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 5명을 추천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했다. 올해 주총에서는 최 회장의 재신임에 반대했지만 무산됐다.

SK 경영권 안정되나

소버린이 지분을 매각하면 일단 최 회장의 경영권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소버린 지분을 다수 투자자들이 분산 매입할 것으로 예상돼 경영권을 둘러싸고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최 회장이 지난달 10일 열린 항소심에서 부당내부거래 및 분식회계 등의 혐의에 대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점도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최대 이익을 낸 데다 해외 유전개발 사업도 호조를 보여 최 회장 중심의 경영권이 확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분을 사들인 투자자 가운데 일부가 소버린처럼 다시 경영권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버린은 LG와 LG전자 지분도 7.0%와 7.2% 갖고 있어 SK 주식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LG그룹 주식을 추가 매입할지, 지분을 정리할 것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버린이 남긴 것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막연한 선호와 허술한 국내 법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의 역효과와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정부의 시장 감독기능에 대한 재고의 목소리가 커졌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이나 출자총액제한을 완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을 통해 대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촉매가 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KDI국제정책대학원 김우찬() 교수는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 이후 SK는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확립 등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며 최 회장도 경영자로서의 체질을 강화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SK의 주가가 4배 이상 뛴 것도 소버린 사태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한 때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기정 김상수 koh@donga.com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