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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문제집 그대로 베껴 출제

Posted May. 25, 200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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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기관인 한국학술진흥재단(이사장 주자문)이 올해 두 차례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험서의 문제를 그대로 베껴 출제해 물의를 빚고 있다.

24일 재단과 응시생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해 말 이뤄진 조직 개편에 따라 정원이 20여 명 늘어나자 1월에 연구관리직을, 이달에 기능직 사무원을 공모했다.

연구관리직 채용 때는 시사상식을 포함한 직무적성시험(필기시험) 114문항을 객관식으로 출제했으며, 기능직 사무원 필기시험에서는 객관식 50문항을 출제했다.

본보 확인 결과 두 차례 출제된 신입사원 채용 문제가 민간 출판사인 한국고시회의 삼성직무적성검사 SSAT와 박문각의 SPA 종합교양에서 그대로 인용됐다.

특히 이달 14일 치러진 필기시험은 50문항 전부를 두 수험서에서 베꼈는데 보기의 순서조차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 측은 올 1월에 연구관리직 시험을 치른 한 응시생이 e메일을 보내 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도 5월에 실시한 시험에서 한술 더 떠 수험서 문항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두 차례의 시험문제를 출제한 재단의 박모 총무과장은 신입사원 채용이 급해 외부에 출제를 의뢰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외부 출제 의뢰 시 최소 200만300만 원이 들어 직접 문제집을 보고 출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과장은 두 문제집은 취업 준비생이면 누구나 참고하는 취업 바이블인 만큼 응시생 입장에선 특혜도 없고,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출판사 측에서 저작권 문제를 제기한다면 모를까 출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1월에 시험을 본 A(28) 씨는 시험이 끝나고 일부 응시생들이 문제집의 답만 외웠는데 거의 그대로 출제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특정 문제집에서 출제됐다는 것은 문제가 유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그동안의 시험 결과를 전면 무효화하고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단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다른 응시생들과 연대해 법적 대응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재단 연구관리직 모집에는 530명이 지원해 6명이 선발됐고 기능직 사무원 모집에는 131명이 지원해 이 중 필기시험에 합격한 12명이 23일 면접시험을 치렀다.



이재명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