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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뒤에 숨어 막말. 당신은?

Posted January. 14, 200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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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중인격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으로 알려진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이 소설처럼 겉으로는 예의바른 지킬이었다가 사이버 공간에만 들어가면 난폭한 하이드가 되는 누리꾼(네티즌)이 많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사용 인구 또한 급속도로 늘었지만 올바른 사용문화(네티켓)는 아직 정착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지적한다.

회사원 김모 씨(30여)는 인터넷에서 이유 없이 자신의 글에 수차례 악의적 댓글(악플)을 단 사람을 찾아달라고 최근 경찰에 신고했다. 모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한 김 씨는 자신의 글마다 같은 야, 너 알바(아르바이트)지? 등 욕설을 담은 악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카페 활동도 중단했다.

심지어 지난해 5월에는 김모 씨(28)가 4년간 활동했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른 회원들과 논쟁을 벌이던 중 여러 악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에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산하 사이버명예훼손성폭력상담센터에는 1주일에 평균 100120건의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 이 중 7080%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당해 피해구제 방법을 묻는 사람들이다.

재미삼아 비방글을 쓰거나 욕설을 담아 댓글을 달지만 이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 우리 인터넷 환경의 현주소다.

인터넷 문화평론가 홍윤선() 씨는 인터넷 매체의 특징으로 자기중심성과 인격의 생략을 들 수 있다며 인터넷 쇼핑이나 뱅킹처럼 인격 개입 요소가 없는 경우와 달리 채팅이나 게시판처럼 인격이 개입되는 경우엔 매체 성격상 항상 언어폭력 욕설 비방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미 우리 사회가 사이버 공간의 편향성과 결합돼 자기중심의 감정적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단순한 사이버문화 캠페인이 아니라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문래초등학교는 지난해 4월부터 일주일에 1시간씩 수업시간과 재량활동시간에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시간에 네티켓이라는 용어와 네티켓 10원칙에 대해 배운다. 학생들은 직접 폭탄쪽지 보내지 말아요 채팅어를 쓰지 말아요 욕설은 안돼요와 같은 채티켓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미디어교육 담당 윤소영() 교사는 아이들이 채팅이나 인터넷 게시판을 사용하면서 기분 나빴던 점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난 뒤부터는 인터넷상에서도 직접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예의바르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문화 수준을 한층 높이려는 움직임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www.icec.or.kr)를 비롯해 사이버수사대, 학부모정보감시단 등 여러 기관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성균관대 단국대 등 7개 대학에서도 봄 학기부터 인터넷 윤리를 교양과목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한신대 조성호(정보통신학) 교수는 사이버 세계에서의 윤리 확립은 단순히 법 제정이나 교육 강화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자신의 표현에 책임을 지자는 범국민적 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이영 신수정 lycho@donga.com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