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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동주 은퇴번복 컴백

Posted January. 10, 200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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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던 김동주(29두산 베어스)가 찾아 간 곳은 한 공사 현장이었다.

뭐라도 안 하면 미칠 것 같아 힘든 일을 해보고 싶었다는 게 그의 얘기. 인천에 있는 선배 집에서 머물던 김동주는 아침 6시부터 오후까지 인천시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벽돌도 나르고 이것저것 몸으로 때우는 허드렛일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츄리닝 바람에 얼굴이 알려질까 일부러 모자를 푹 눌러썼다. 같이 일하던 인부 몇몇은 그를 알아봤지만 어색해 할까봐 모르는 체 하더란다.

한달에 2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았던 김동주가 받은 일당은 6만5000원. 1주일 동안 35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돈이었다고 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돈을 쉽게 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야구에 대한 소중함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야구 밖에 없더군요.

김동주는 10일 야구선수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19일 갑작스럽게 은퇴선언을 한 지 두달여 만이다. 그는 두산 베어스 시무식이 열린 이날 오전 잠실야구장을 찾아 장비를 지급받고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주장 임명을 받았다. 팀의 리더로 새롭게 시작하라는 뜻.

이날 오후 두산 주장으로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정기이사회에 참가한 김동주를 서울시내 한 일식집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엔 아직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몸무게도 67kg이나 빠졌다고 했다.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한 건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니었어요. 지난해 여름부터 고민하던 문제였죠. 손목, 다리, 허리 온 몸이 아프고 가정 문제까지 겹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운동이고 뭐고 다 싫더라구요.

구단에 은퇴결정을 알리고 두달간 김동주는 많은 일을 겪었다. 막노동도 하고 깡소주도 마시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야구였다.

고생하시는 분들하고 부대끼며 많은 걸 배웠고 당뇨병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이정임57)의 눈물도 가슴 아팠어요. 개인적인 문제로 야구를 그만두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동주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요? 그런 생각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감독님은 내가 싫어서 그런가하고 오해하셨더라구요. 감독님하곤 남자답게 깨끗이 오해 풀었습니다. 그냥 죽고 싶도록 괴로울 때가 있잖아요. 한 단계 성숙해지기 위해 그랬다고 이해해주세요. 김동주는 연봉을 구단에 백지위임했다. 11일엔 팀훈련에 처음 참가해 벽돌 대신 방망이를 잡는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