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주장을.
삼성전자와 애플 간 세기의 특허 전쟁을 주재하는 루시 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판사(캐리커쳐)가 법정에서 폭발했다. 21일(현지 시간)까지 최종변론을 마쳐야 하는데 애플이 출석해야 할 증인이 아직도 22명 남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애플 측은 75쪽에 이르는 주요 변론 자료도 추가로 제출했다.
고 판사는 16일 애플 측 변호사에게 마약을 하지 않고서야(unless youre smoking crack) 이 증인들을 모두 소환할 수 없다는 걸 알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판사가 법정에서, 특히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재판에서 이처럼 감정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애플 측 변호사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고 판사는 이유 없이 재판을 지연시킨다면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다시 경고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애플의 특허 침해 피해보상 요구액이 과도하다고 반격하며 소송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피해 보상액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측 피해산정 전문가는 애플이 주장하는 삼성전자의 이익 22억4000만 달러(약 2조5300억 원)는 제조원가, 연구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전혀 계산하지 않은 것이며 삼성의 영업이익률도 12% 수준으로 애플 측이 계산한 35%보다 훨씬 낮다고 반박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설사 애플의 특허를 사용했더라도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은 5억1870만 달러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는 애플이 자사의 실용특허를 침해한 데 대해 2.02.7%의 로열티를 적용해 애플로부터 최대 3억9900만 달러(약 4510억 원)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이처럼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 것이 막판 합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반박하려는 것이지 우리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하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재윤 jaeyun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