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 최첨단 산업에 대한 전국 단위의 ‘메가 투자 프로젝트’ 계획이 29일 공개됐다. 삼성과 SK는 각각 2655조 원, 2100조 원 등 모두 4755조 원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국가 영웅, 국민 영웅이라 불러드리고 싶다”며 허리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투자 성패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뜻이다. 투자를 약속한 기업도, 투자를 끌어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투자 이행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눈길을 끄는 투자 계획은 삼성과 SK가 서남권에 800조 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전공정 팹(공장)을 4기 건설하는 내용이다. K-반도체 벨트가 수도권, 충청권에서 국토 서남부로 확장되는 신호탄이다.기존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업의 완공 시점은 각각 7년, 12년 앞당기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서남권(반도체), 충청권(AI 인프라 및 첨단소재부품), 경상·전북(피지컬 AI·모빌리티)를 잇는 첨단 산업 삼각 축이 형성된다.
그간 기업 투자는 전력 용수 소재부품 인력 등이 검증된 지역에 쏠려 수도권 집중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민관이 합을 맞춰 전국 단위의 투자 보따리를 풀어놨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중국 반도체 추격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벨트를 확장하고 선제적 투자 확대에 나선 점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투자 의사 결정의 공론화 과정이 짧아 전력, 인재, 용수 등 인프라 부족 우려와 특정 지역 밀어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 이행 과정에서도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거나 전력과 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갈등과 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첨단 산업 투자는 사업성 검토, 부지 선정, 공장 건설까지 10년 넘게 걸린다. 이런 장기 투자는 사업적 합리성과 기업 경영 판단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뒤탈이 없다. 기업이 정부 압박과 지역 정치인 성화에 못 이겨 투자 시늉을 할 수 있지만, 투자 재원 확보와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으면 성과가 나지 않는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의 부활’ 사례로 홍보했던 대만 폭스콘의 위스콘신 LCD패널 제조단지 투자 발표는 4년 뒤 10분의 1로 축소됐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해도 예상치 못한 갈등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2020년 대만 TSMC의 애리조나 투자도 숙련된 엔지니어 부족과 노사 갈등으로 완공 시기가 1년 늦춰졌다. 그러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 중재, 노사 양측의 양보로 간신히 돌파구를 찾았다. 기업 투자 유치만큼 중요한 일이 정부와 지자체의 투자 이행 과정 관리다.
당장 새로 짓는 서남권 반도체 공장에 6.3기가와트(GW)의 전력과 65만t의 용수가 필요하다. 조기 완공을 약속한 용인 산단도 15GW의 전력과 150만t 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초중고교 확충 등 정주 여건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메가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겠다”며 청와대에 담당관도 두겠다고 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투자를 ‘어디에’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성과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당장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완공 여부가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전초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