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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멕시코, 32강 같이 가자” 애니깽 후손들의 응원

“韓-멕시코, 32강 같이 가자” 애니깽 후손들의 응원

Posted June. 22, 2026 08:27   

Updated June. 22, 2026 08:27


“멕시코가 득점했을 때 기뻤지만, 한국도 응원하고 있었기에 크게 환호하지는 못했습니다.”

알폰소 마누엘 마이 에스키벨 씨(35)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18일(현지 시간)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 경기 직후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에스키벨 씨는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과 친척 등 20여 명과 함께 경기를 봤다고 했다. 이들은 초록색 멕시코 유니폼과 빨간색 한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에스키벨 씨의 어머니와 아내가 만든 김밥과 불고기를 소주와 함께 즐기며 응원했다. 그는 “양 팀 모두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랐다. 위험한 공격을 펼칠 때는 다칠까 봐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에스키벨 씨의 가족들은 모두 ‘애니깽(에네켄·Henequen·용설란의 일종)’ 후손이다. 1905년 인천 제물포를 떠나 멕시코 메리다로 이주한 에스키벨 씨의 증조할아버지는 에네켄 농장에서 일했다. 당시 배를 타고 한국을 떠난 1000여 명의 이주민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하루 12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에 시달렸으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양국의 축구 경기에 대해 그는 “마음이 둘로 나뉘어 두 팀 모두를 응원했다”며 “한국과 멕시코가 순위와 관계없이 나란히 32강, 16강에 진출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인 남성이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경기 현장에서 한국인 인플루언서 윤수진 씨를 향해 두 손으로 눈가를 찢는 행동을 한 것과 관련해 에스키벨 씨는 “멕시코에서는 인종차별 의도가 없더라도 농담처럼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한국계 멕시코인으로서 한국 국민이 상처를 받거나 불쾌함을 느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