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위해 ‘바다 지뢰’로 꼽히는 ‘기뢰(機雷)’를 설치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배와 잠수함 등이 접근하면 바다에서 자동으로 폭발하는 기뢰를 통해 사실상 해협을 봉쇄하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은 기뢰를 즉각 제거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전례 없는 군사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기뢰부설함을 포함한 이란 선박 16척을 격침시켰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세계적 원유 수송로이며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 확보가 미국과 이란의 전쟁 승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N, CBS 등에 따르면 미군 정보 당국은 최근 이란이 수십 개의 새 기뢰를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한 정황을 포착했다. 소형 선박을 이용해 기뢰를 2∼3개씩 투입하고 있고, 짧은 시간 안에 수백 개의 기뢰 설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란은 자체 생산했거나 중국 러시아에서 들여온 기뢰를 최대 6000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뢰는 한번 설치되면 수거가 어렵고, 해류에 따로 움직일 수 있어 정확한 위치 파악도 힘들다.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은 불태울 것이다”, “1L의 원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통행이 가능한, 가장 폭이 좁은 지점은 3.2km 정도다. 이런 곳에 기뢰가 설치되면 선박 운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단 평가가 많다. 각국의 원유 수송선을 직접 호위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이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 특사가 보낸 두 차례의 휴전 요청 메시지를 모두 거부했다고 10일 전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외 여론 악화, 고유가 등을 신경 써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이란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판단하에 버티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백악관은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 종료 시점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판단할 때”라고 밝혔다. 이란의 명시적 항복이나 공식적인 휴전 합의가 없어도 일방적으로 군사 작전을 종료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근형 noel@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