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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핵 3원칙’ 흔드는 日… 총리실 간부 “핵무기 보유해야” 파장

 ‘비핵 3원칙’ 흔드는 日… 총리실 간부 “핵무기 보유해야” 파장

Posted December. 20, 2025 09:17   

Updated December. 20, 2025 09:17


18일 일본 총리실의 안보정책 담당 간부가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 재검토 시사와 맞물려 일본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의 기존 (비핵화) 입장에서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국내외에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발언은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일본은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오키나와 인근에 레이더 및 미사일 배치에 속도를 내는 한편, 내년도 방위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약 9조 엔(약 85조 원)을 책정하는 등 군사대국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中-러-北 주변 안보환경 엄중”

이날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총리실의 안보정책 담당 간부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나는 우리(일본)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중국의 핵전력 증강, 러시아의 핵 위협, 북한의 핵 개발 등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때 미국의 핵 억지력만 믿을 순 없고, 핵무기 보유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다만, 현 정부 내에서 핵 보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간부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안보정책 수립을 조언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로 전해졌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비핵 3원칙에 대한 질문에 “이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표현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반입’ 원칙의 재검토를 시사했다. 미국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미국 전술핵 반입이 필요하다는 것. 이날 총리실 간부의 발언이 이를 위한 일종의 ‘밑밥 깔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비핵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발표한 후 지금까지 일본의 핵 정책으로 유지되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의 자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현재까지 원자폭탄 약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인 플루토늄 46t가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 핵보유국만 인정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지구상 유일한 핵무기 피폭국인 일본 국민들의 반핵 정서로 인해 일본의 핵 보유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교도통신은 “일본의 기존 핵 정책을 바꾸려는 시도는 전후 평화주의 헌법을 소중히 여기는 많은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며 “1999년 당시 방위 정무차관이던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가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결국 해임됐다”고 전했다.

발언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이날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개별 보도를 일일이 논평하지 않겠다”면서도 “정부는 비핵 3원칙을 정책상의 방침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日방위상 “일본도 핵잠 논의 당연”

다카이치 정부는 10월 출범 후 군사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 방위상은 핵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한국과 호주가 보유하게 되며, 미국과 중국은 갖고 있다”며 “우리의 억지력, 대처력을 향상하려면 (잠수함의) 새로운 동력에 대한 논의가 당연하다”고 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중국과 러시아의 인공위성 무기화에 대비해 내년에 우주 분야 전담 부서를 신설키로 했다. 또 항공자위대의 명칭을 ‘항공우주자위대’로 변경하고, 항공자위대의 우주작전군(群)을 1년 내 우주작전집단으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일본은 방위성 및 항공자위대 조직 개편, 장거리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확충 등을 위해 내년 방위예산을 역대 최대인 9조 엔까지 늘릴 방침이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