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창업주이자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17일로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나올 수 없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전 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영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공식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쿠팡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올리는 한국에서, 전 국민의 3분의 2인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참사가 벌어졌는데도 해외 사업 때문에 한국에 올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김 의장은 10년 간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 등을 앞두고 증인으로 6차례 채택됐지만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행위 의혹으로 처음 증인으로 채택된 2015년엔 “농구를 하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거동이 불편하고 긴바지를 입을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이후에도 각종 핑계로 출석을 피하더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임박하자 2021년 한국 법인 의장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한국 사업과의 법적 연결고리를 끊었다. 올해도 세 차례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번번이 피해갔다.
이번엔 국회 출석 불가 사유로 ‘글로벌 기업 CEO’란 이유를 들었지만, 지금까지 쿠팡과 김 의장은 글로벌 기업다운 사회적 책임을 보여준 적이 없다. 구멍가게 수준의 보안 관리는 물론 개인정보 유출 사고 늑장 대응, 책임 회피는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일언반구도 없이 침묵만 지켰다. 쿠팡 지분 100%를 쥔 쿠팡Inc. 의결권 74.3%를 들고 있는 실질적 지배주이면서도 월급 사장을 내세워 뒤로 숨었다. 국민 여론은 외면하고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이번 사태 이후 한국을 전혀 모르는 미국 본사의 법률 전문가를 한국 대표로 내세운 것 자체가 이번 사태를 보는 김 의장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이제라도 김 의장은 직접 국민 앞에 서서 사태의 경위와 책임을 밝히고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 돈은 한국에서 벌고 책임져야 할 땐 미국으로 숨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앞으로 쿠팡이 어떤 조치를 내놓더라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과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기업이 어떤 결말을 맞는지 뼈져리게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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