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267명 태우고… 항해사가 휴대전화 보다 ‘쾅’

267명 태우고… 항해사가 휴대전화 보다 ‘쾅’

Posted November. 21, 2025 07:27   

Updated November. 21, 2025 07:27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좌초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일등항해사가 사고 당시 휴대전화를 보느라 항로를 바꾸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원의 부주의로 인한 인재(人災)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VTS)도 항로 이탈을 사전에 경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목포해양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 16분경 승객과 선원 267명이 탄 퀸제누비아2호를 좌초시켜 일부 승객 30여 명의 부상을 초래한 혐의(중과실치상)로 일등항해사 박모 씨(40)와 40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전날 신안군 장산면 족도와 충돌하기 3분 전인 오후 8시 13분경 1.6㎞ 떨어진 해역에서 항로를 목포삼학부두 쪽으로 틀지 않고 시속 43㎞로 직진해 선체를 암초에 충돌시킨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퀸제누비아2호는 자동항법장치로 움직였다. 그는 초동 조사에서 “방향타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나중에 “휴대전화로 포털 뉴스를 보다 운항을 수동으로 전환하지 못했다”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족도와 충돌하기 100m 전에야 충돌 위험을 알게 돼 항로를 미처 변경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해경은 박 씨가 암초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레이다 장비가 있는 좌석에 앉았는데도 이를 사전에 알지 못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해경은 사고 당시 60대 선장 김모 씨가 자리를 지키지 않은 이유도 조사 중이다. 선원법과 이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사고가 난 곳과 같은 좁은 수로에서는 선장이 선박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하지만, 당시 김 씨는 조타실을 비운 상태였다고 한다. 김 씨는 중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퀸제누비아2호가 사고 발생 직전 약 3분간 통상 경로를 이탈해 무인도로 향했지만 VTS가 경고음을 울리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퀸제누비아2호와 목포 VTS는 해당 해역에 들어섰을 때 관례로 교신한 것 말고는 연락한 기록이 없다. 목포 VTS는 사고 직후 박 씨의 신고를 받고 좌초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한편 해경의 구조작전으로 승객과 선원은 사고 발생 3시간 10분 만인 19일 오후 11시 30분경 모두 구조됐다. 좌초 충격 여파로 30여 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해역은 좁고 물살이 빠른 위험 구간이어서 운항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며 “과실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