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중심으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기업 부담을 덜면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은 ‘퇴직 후 재고용’이라는 의견이 중견기업계에서 나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중견기업 169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응답 기업의 62.1%가 고령자의 계속 고용 방식으로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했다.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를 선택한 응답은 각각 33.1%, 4.7%였다.
중견기업의 52.6%는 이미 법정 정년을 넘긴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고 있는데, 이 중 69.6%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임금은 정년을 맞은 시점 대비 80∼90%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고령 근로자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계속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도 법으로 정년 연장을 못박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특히 인건비 부담, 신규 채용 여력 감소, 인사 적체 심화 등을 우려했다.
숙련 노동자 부족과 연금 수급 시기까지의 소득 공백 해소를 위해 고령층의 안정적 일자리 확보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일률적인 법적 정년연장으로 접근하면 부작용이 크다. 연공형 임금체계와 고용 경직성을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감당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임금 삭감 없이 정년을 65세로 늘릴 경우 기업의 고용 유지 비용은 연간 30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면 신규 채용이 줄어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16년 정년 60세 연장 이후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줄었고, 특히 대기업에서 청년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노조가 있으면서 고용 보호를 두텁게 받는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에만 정년 연장의 혜택이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고용 연장은 꼭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점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65세까지 ‘고령자 고용확보조치’를 의무화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 연령을 높이며 노사합의를 거쳤고, 기업이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숙련 인력을 활용하면서도 인건비 부담을 낮춰 청년 고용 여력을 유지하는 해법을 찾은 것이다. 한국도 연내 입법이라는 시간표를 정해놓고 속도전에 나설 게 아니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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