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부과하고 있는 상호관세의 적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올 5월 1심 격인 국제통상법원(CIT)이 “의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관세 무효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2심 격인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 또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관세 결정의 권한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관세 중단으로 인한 혼란을 피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기 위해 10월 14일까지는 현 관세를 유지토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팸 본디 법무장관 또한 상고 방침을 밝혔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두고 “IEEPA가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해 여러 조치를 취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과하지만 관세, 과세 권한 등을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판결에 참여한 11명의 법관 중 7명이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 중국 캐나다 등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 ‘펜타닐’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있다며 부과한 펜타닐 관세가 적법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이유로 각국에 부과한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의 품목별 관세는 IEEPA와 무관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된다. 이 법은 외국산 수입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트루스소셜에 “극도로 편향적인 항소법원이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 관세가 사라지면 나라에 ‘총체적 재앙(total disaster)’이 온다”고 반발했다. 특히 그는 “대법원의 도움 아래 우리는 그것(관세)들을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도록 사용할 것”이라며 상고 의사를 강조했다.
다만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온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기조이자 ‘협상 무기’인 관세 정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을 포함해 이미 협상을 체결한 국가들과의 무역 관계까지 재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종신직인 미국 연방대법관 9명 중 6명은 보수 성향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무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정부 또한 현재로선 우리의 유불리를 속단하기 힘들다고 보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 때까지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