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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지분 원하는 美… 돌발요구 대응 나선 韓

韓기업 지분 원하는 美… 돌발요구 대응 나선 韓

Posted August. 21, 2025 08:00   

Updated August. 21, 2025 08:00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 첫 한미 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품목관세를 확대한 데 이어 미국 투자 과정에서 보조금을 받은 한국 등 반도체 기업의 지분을 요구할 방침을 밝힌 것.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도 경제·안보 등 전방위로 청구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이 이재명 정부 대외 정책의 방향타가 될 중요한 회담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의 성패가 한미 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19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고 미국 내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대미 반도체 투자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에 100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대신 지분 10%를 받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가 지분을 갖게 되면 미국 내 투자 확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나 안보 분야에서 돌발 요구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회담 준비 총력전에 나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트럼프 스타일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수치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쉬운 협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주한미군을 무기로 대미 투자 증액과 동맹 현대화와 관련한 예상치 못한 요구를 내놓을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미 투자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협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트럼프 집권 1기 정상회담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전직 고위 관료들은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정상회담의 위험 부담이 훨씬 커졌다고 지적하면서 철저한 위험 회피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윤제 전 주미 한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미국 제조업 부활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숫자로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요구는 유연하게 수용하되 따로 실무자 간 얘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시할 수 있는 성과를 안기는 대신에 동맹 현대화 등 의제에 대해선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