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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0%대 성장 공식화… 새 정부 어깨가 무겁다

한은 0%대 성장 공식화… 새 정부 어깨가 무겁다

Posted May. 30, 2025 07:14   

Updated May. 30, 2025 07:14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대폭 낮추면서 ‘0%대 성장’을 공식화했다. 장기화하는 내수위축, 미국발 관세전쟁이 경제에 치명타가 된다고 본 것이다. 긴급처방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수렁에 빠져드는 경기를 되살리기에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어제 한은은 1.5%였던 성장률 전망을 3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1분기 성장률이 ―0.2%로 떨어지자 조정을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은 대미 관세협상이 원만히 진행돼 관세율이 상당 폭 인하돼도 성장률은 1%를 넘지 못하는 0.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1.6%로 0.2%포인트 낮췄는데, 한국의 성장률이 2년 연속 2%에 못 미치는 건 1954년 통계작성 이후 한 번도 없던 일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내렸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식물가 상승, 정치 불안으로 소비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은 투자여력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금리를 더 가파르게 내리다간 불안해진 서울 등지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가계부채만 더 늘리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통화정책이 벽에 부딪쳤을 때엔 재정을 풀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달 초 영남지역 산불 대응 등 용도로 13조8000억 원의 1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경기 부양엔 한계가 있다. 다만 6·3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조 원 이상,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30조 원의 ‘2차 추경’ 편성을 약속하고 있다. 20조∼30조 원의 추경은 성장률을 최대 0.2∼0.5%포인트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만큼 가장 효과가 큰 부문에 예산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계선상의 자영업자들에게 수백만 원씩 예산을 나눠주는 건 민생지원 효과는 있지만, 성장률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금난으로 멈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부문에 대한 지원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2차전지를 지원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일도 미룰 수 없다. 올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여부가 다음주 출범할 새 정부의 판단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