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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후보” “대국민사기”… ‘자멸의 길’ 가는 국힘 내전

“알량한 후보” “대국민사기”… ‘자멸의 길’ 가는 국힘 내전

Posted May. 09, 2025 07:21   

Updated May. 09, 2025 07:21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가 8일 2차 회동을 했지만 이번에도 단일화 시기와 방식에서 전혀 접점을 못했다. 김 후보는 11일 단일화를 끝낸다는 당 지도부를 향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제3자에게 당 후보 지위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14일 토론, 15∼16일 여론조사로 단일화하자고 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김 후보가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려 한다”며 이틀간의 단일화 선호도 여론조사를 이날 시작했다. 당 후보 의사와 무관한 단일화 절차 강행도, 이에 맞선 법적 분쟁도 전례 없는 일이다.

이날 김 후보와 당 지도부, 한 전 총리 사이에 오간 말폭탄은 자해 수준이었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는 회동에서 서로 “후보 자리를 내놓으라는 것” “일주일 뒤 단일화는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김 후보가 “유령과 허깨비를 보고 단일화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자 지도부와 한 전 총리는 각각 “정말 한심하고 비열한 짓”, “기본적 예의가 없다”고 맞받았다.

이번 단일화 내전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김 후보는 대선 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단일화 시점을 미루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도부는 새 대선 후보 지명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전국위와 전당대회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우세할 경우 이를 근거로 지도부가 후보 교체를 시도한다면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게 뻔하고 사흘 남은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당 후보를 확정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정당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런 광경은 당 지도부와 김 후보, 한 전 총리의 합작품이나 다름 없다. 지도부는 과거 친윤 세력의 당 대표 찍어내기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김 후보를 몰아세우고 있고, 김 후보는 즉각적 단일화 약속으로 표를 얻어놓고는 시간을 끌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당원도 아니면서 당에 단일화 방식을 일임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

김 후보도, 한 전 총리도, 당 지도부도 제각각 정치적 유불리 계산에만 빠져 대선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당권이든 공천권이든 챙길 수 있는 것부터 챙기고 보자는 심산이 아니라면 ‘2등을 위한 단일화’인지 ‘당 후보 축출’인지 알 수 없는 이런 한심한 막장 드라마가 나올 수 없다. 대선은 설령 지더라도 어떻게 지느냐가 중요하다. 단일화가 되느냐 아니냐보다, 누가 최종 후보가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보수의 대표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을 어떻게 다시 세우느냐에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뻔히 자멸의 길인 줄 알면서도 벼랑으로 달려가는 몽유병 환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