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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픔 너무나 잘 알기에” 이재민 돕는 이재민들

“그 아픔 너무나 잘 알기에” 이재민 돕는 이재민들

Posted March. 31, 2025 07:58   

Updated March. 31, 2025 07:58


“이재민이라고 가만 앉아 있을 수 있나예.”

30일 오전 경남 산청군 단성중학교에서 만난 강정숙 씨(60)가 식판에 밥을 한가득 푸며 말했다. 강 씨는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오전 5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강 씨도 이번 화재로 집과 과수원에 피해를 입었다. 강 씨와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도 대부분 강 씨와 같은 이재민이었다. 강 씨는 “나도 1998년 지리산 수해 때 자원봉사자들 도움을 받았다”며 “그분들 헌신을 보고 나도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영남권을 휩쓴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이들을 돕기 위해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다. 이날 오전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동당마을에서 만난 박호규 산청군 읍면체육회 연합회장(65)은 산불 후 수습 작업을 돕고 있었다. 박 회장은 “여기 온 사람들 다 생업 제쳐두고, 수십, 수백만 원 손해를 각오하고 온 것”이라며 “이웃이 어려운 데 생업이 대수인가요” 했다.

경북 의성군 사곡면 진화 현장에서 만난 주민 김모 씨(49)도 “주말을 반납하고 왔다”며 “진화대원들을 최대한 돕고 있다”고 했다. 의성은 경북 북부 지역 산불이 가장 처음 시작된 곳이다. 산불 소식에서 멀리서 찾아온 자원봉사자도 있었다. 의성군 안평면 진화 현장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는 박모 씨(54)는 “고향에 남은 친구가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구에서 찾아왔다”고 했다.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대피소에는 세탁, 의료 지원을 위해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 가득했다. 의성체육관 대피소 앞에서는 구세군과 대한불교 조계종이 함께 무료급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안솔베 구세군 원당영문교회 담임사관은 “재난 앞에 종교의 차이가 어디 있냐”고 했다.

밤낮없이 고생하는 진화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지역 상인들도 나섰다. 경북 청송에 있는 한 식당은 출입문에 ‘소방관분들은 당분간 식사 무료 제공’이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었다. 영덕 강구면의 한 카페도 이재민을 비롯해 산불 진화대원과 공무원, 경찰 관계자 등에게 커피를 무료 제공했다.광주시와 경기 안양시 등은 산불 지역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구호단체를 통한 산불 피해 지역 기부금은 현재까지 약 554억 원이다.


의성=명민준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