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늘부터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자영업자 고통 안 보이나

 오늘부터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자영업자 고통 안 보이나

Posted January. 27, 2024 07:54   

Updated January. 27, 2024 07:54


오늘부터 근로자 수 5∼49명인 83만7000여 곳의 자영업·중소기업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된다. 적용 시기를 2년 미루는 법률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1년 이상 형사처벌 등을 받는 리스크를 영세기업들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맞게 됐다.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할 경우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와 국민의힘, 경영계는 90% 넘는 영세기업, 자영업자들의 준비부족을 이유로 법 적용을 유예하자고 야권을 설득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유예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정부의 공식 사과, 구체적인 재해예방 계획, 2년 뒤 시행 약속 등은 대부분 충족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막판에 민주당이 새로운 조건을 내건 것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노동계의 시행 강행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세 사업장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이 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동네식당, 빵집, 커피전문점 주인들은 혼란에 빠졌다. 대상에 새로 포함된 공사비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들은 안전관리 책임자를 둘 여력이 없다며 자포자기 상태다. 고용노동부가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대상 중 일부에 불과하고, 사설 컨설팅을 받는 데에는 1000만 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해당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직원 수 5명이 넘는 사업주 가운데 직원 수를 4명 이하로 낮춰 사법 리스크를 피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청년보다 건강이 안 좋고, 사고회피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 근로자가 먼저 고용축소 대상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사망 사고 등으로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고 폐업할 경우 일터를 잃는 근로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영향권 안에 있는 근로자만 800만 명이다.

2021년 제정 때부터 중대재해법은 과도한 처벌규정, 모호한 법 조항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그 후 3년간 정부가 법률 재정비, 대비책 마련을 게을리 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당장 자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근로자 일자리를 없앨 법이 시행되도록 방치하는 정치권은 어떤 변명으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