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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추진

정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추진

Posted January. 23, 2024 07:36   

Updated January. 23, 2024 07:36


앞으로 대형마트도 매주 일요일마다 문을 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전면 폐지해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살 때 더 많은 지원금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국회에서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는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생활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규제 혁파로 경쟁을 촉진해 물가를 낮추는 것이 무작정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 민생을 제대로 보살피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원칙을 없애기로 했다. 그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가 월 2회 공휴일에 쉬도록 했지만, 평일에 장보기가 어려운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 국민 불편이 커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2014년 도입된 단통법도 전면 폐지한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통신 3사의 보조금 차별화 경쟁이 사라져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단통법을 폐지해 이통사 간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휴대전화 구입비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신생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는 웹툰, 웹소설 등에는 기존의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고, 현재 15%로 제한돼 있는 도서가격 할인율은 지역 영세 서점의 경우 더 유연하게 하는 제도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는 유통업계에서 가장 반발이 컸던 규제 중 하나다. 전통시장 등의 소상공인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시행 12년간 규제 효과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의문부호가 달렸다. 주말을 이용해 장을 보려는 소비자들만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이번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공개된 규제개혁안에는 이 의무휴업 제도 폐지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외 새벽배송 허용 방안이 포함됐다. 다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 대형마트는 물론 시장까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2012년 지역 전통시장 및 전통상점가 보호를 명목으로 시작됐다. 전북 전주시가 그해 2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2021년 말 통과)과 관련 해당 지자체 내 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을 정하는 조례 개정안을 공표했다. 전국에서 가장 이른 3월 11일 전주 기역 대기업슈퍼마켓(SSM)이 일제히 문을 닫았고, 4월 22일 같은 지역 대형마트들까지 휴점했다. 서울을 포함한 다른 지자체들도 잇달아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며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차례 문을 닫았다.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도 금지됐다.

하지만 규제당국의 기대와 달리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았다. 주말에 마트에 가기 어려워진 소비자들 상당수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39조1000억 원이던 대형마트 매출은 2022년 34조7739억 원까지 1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 매출이 38조4978억 원에서 209조8790억 원으로 445.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규제 취지대로 전통시장이 활성화됐어야 했지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집계 결과 2013년 1502개이던 전국 전통시장 개수는 2022년 1388개로 114개(7.6%)가 오히려 줄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10년 묵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비자 4명 중 3명, “대형마트 규제 완화해야”

소비자들도 불필요한 규제로 여겨졌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개정 추진을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28)는 “주말에 장을 봐야 하는 직장인 입장에서 의무휴업일이 아닌 날을 골라 찾는 것도 일이었다”며 “소비자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6.4%가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마트업계도 반색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이 성장한 오늘날 (마트 규제는) 여러 연구 결과를 봐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소비자 편익과 주변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규제를 풀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장 적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강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20년 7월 발의된 후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결국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허용 역시 2022년 현장 업체들과 국무조정실이 합의를 맺었음에도 법 개정에 실패해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확정된 개선 방안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며 추진 의지를 밝혔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