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부모님 잃고 음반에 ‘인생’ 담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부모님 잃고 음반에 ‘인생’ 담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Posted September. 09, 2021 07:44   

Updated September. 09, 2021 07:44

中文

 7일 낮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홀. 중년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무대에 섰다.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가 그의 악기에서 흘러나왔다. 감정이 고조되고 멜로디를 한 옥타브 올려 연주하기 직전, 격정에 찬 연주자의 입에서 흐윽, 한숨이 터져 나왔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한양대 교수)의 새 앨범 ‘다스 레벤(인생)’ 발표 현장이었다.

 아내인 피아니스트 채문영과 함께 연주를 마친 그는 “우리 인생이 겪어야 하는 희로애락을 바이올린에 담아내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제게 음반은 삶의 기록입니다.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라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서죠.”

 2016년 아버지, 지난해 어머니를 잃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테마를 음반에 담고 싶었다. 2017년 펴낸 음반 ‘동경’이 그의 ‘자전적 이야기 볼륨 1’이라면 이번 음반은 ‘볼륨 2’라고 그는 설명했다.

 어머니가 사랑했던 엘가 ‘사랑의 인사’를 첫 곡으로 넣고 싶었지만 첫 순서는 삶의 희로애락을 다룬 드보르자크의 ‘네 개의 낭만적 소품’에 양보했다. 그에게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동기를 불어넣어 준 ‘파라디스 작곡 시실리엔’(실제로는 바이올리니스트 더슈킨의 곡)도 음반에 넣었다.

 연주자로서 삶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2004년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듀오 소나타 부문에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나간 것도 생활비가 모자라 상금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1등, 3000만 원을 손에 쥐었지만 그해와 2006년 잇따라 안면 마비가 찾아왔다. 꿈의 무대인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직후 커리어가 뻗어 나가는 시점이었다. 2006년 14회로 예정된 러시아 순회연주도 취소해야 했다.

 2012년 귀국해 한양대 교수가 된 것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부모님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라고 담담히 털어놓았다. 음반에 넣은 루토스와프스키의 수비토(이탈리아어로 ‘갑자기’ ‘곧’이라는 뜻)에도 인생이 가져다주는 예측할 수 없는 돌연함의 의미를 담았다.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20세기 초중반의 전설적 명인들이 가진 따뜻한 음색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1908∼1974)를 롤 모델로 꼽았다. “그의 다큐에 옆집 소년이 ‘밤낮으로 연습해서 잠을 안 주무시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처럼 예술에 헌신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24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삶과 예술의 동반자인 채문영의 피아노와 함께 음반에 실린 작품들과 야나체크의 소나타, 모차르트 소나타 21번 등을 연주한다.

 그는 “야나체크의 소나타는 죽음을 다뤘고, 모차르트의 소나타 21번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쓴 작품”이라고 했다. “여러 일들을 겪은 후에는 늘 ‘끝’을 생각합니다. 내가 가장 잘하고 싶은 연주는 마지막 연주입니다. 그것을 위해 연습을 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