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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온과 라돈 침대

Posted May. 19, 2018 07:24   

Updated May. 19, 201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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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국내에 음이온 열풍이 불었다. 진원지는 “음이온이 세균을 죽이고 공기를 정화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온 일본이었다. 혈액 정화, 세포 활성화, 통증 완화,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해소까지 음이온의 효과는 확대 재생산되었다. 마사지기, 찜질기, 목걸이부터 팬티, 비누, 방향제, 입욕제, 황토온돌, 장판, 벽지까지 다종다양한 음이온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라돈 논란을 유발했던 대진침대 매트리스 가운데 7종에서 기준치를 넘는 피폭선량(인체가 받는 방사선의 양)이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조사 결과, 일부 침대에선 연간 허용량 기준치인 1mSv(밀리시버트)의 9.35배에 이르는 방사선이 측정됐다. 우리가 흉부 엑스선 촬영을 한 번 하면 0.1∼0.3mSv의 방사선이 발생한다. 한국인의 연평균 자연방사선 노출량은 3.6mSv다. 이번 침대 방사선의 원인은 매트리스 스펀지에 사용한 음이온 물질 모나자이트였다.

 ▷침대에서 방사선이 확인되자 소비자들은 놀라움과 함께 분노를 표출했다. 제조업체는 6만1000여 개의 침대를 리콜 조치했지만 한국소비자원에는 집단분쟁조정신청 등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선이 안전하다고 중간발표를 내놓고 닷새 만에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발표해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사성물질 발생 우려가 큰 생활용품을 전면 조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과학계에서는 음이온을 사이비과학이라 부른다. 음이온의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모나자이트 등을 사용해 만든 음이온 제품은 취득시 즉각 폐기하라고 권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올해 초 발표한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음이온 물질에서 방사선이 나온다는 사실을 적시해 놓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방치해오다 이제야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현재 유통되는 음이온 제품은 18만여 개에 이른다.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