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과 대북 압박 강화에 합의했다. 한미 정상은 북한이 최근 핵 선제 타격 위협 등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것에 맞서 연합방위 태세도 재확인했다. 이어 열린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의 한미일 정상회의에선 세 나라가 독자적으로 취한 대북 제재 조치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박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일정도 소화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미일 정상들은 전화로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직접 만나 강력한 대북 경고를 날린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의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연내에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 협정 체결을 추진하다 국무회의에 졸속 상정했다가 물의를 빚자 취소한 바 있다. 현재 한미일 간에는 북의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공유 약정이 체결됐지만 대북 압박을 주도하는 세 나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일간에 과거사 문제등 현안이 많지만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를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 안보협력과 과거사는 구분해서 대응해야 한다.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경 경비대는 200 달러 정도의 뇌물만 받으면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품을 아무 제지 없이 통과시킨다고 뉴욕 타임스가 현장을 취재해 폭로했다. 중국이 북에 뒷문을 열어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한중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 병행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논의가 오늘 새벽에 열린 한중정상회담과 실무자들의 만남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핵무기와 원전을 보유한 52개국 정상과 유엔 등이 핵 테러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1일 개막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핵무기 없는 세상’을 제창한 뒤 다음해부터 격년으로 열린 이 회의에서도 북핵 문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김정은이 냉엄한 현실을 깨우쳐 상황을 오판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다시 한 번 단합된 행동으로 단호한 대북 제재 이행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