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과거사, 안보, 경제 등 양국간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합쳐 1시간 38분 간 진행된 회담에서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된 주요 현안 해결을 통해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3년 5개월여 만에 어렵게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의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는데 합의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시한 위안부 문제 연내 타결 제안에 대해 아베 총리가 시한은 못 박지 않은 대신 협상 가속화 수준에서 타협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으로서는 아베 총리가 좀더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두 정상이 노력해 일정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낸 점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법에 대한 인식에서 적잖은 온도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격적인 후속 협의 과정에서 양국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한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이 일본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과 일본 주도로 지난달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참여 결정을 내릴 경우 협력한다는데 합의한 것이 소득이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에 가려져 있었지만 한국의 국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현안들에서 두 정상이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수순이다.
두 나라는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북핵과 경제, 문화 협력에서 손잡고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다. 한국으로서는 위안부 문제 등에서 따질 것은 따져야 하지만 지나치게 과거사에만 매몰되면 다른 국익들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와 안보-경제-문화 협력 같은 상호 호혜적 분야를 분리해 접근하는 투 트랙의 전략적 대일 외교가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