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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4대강 (31면)

Posted October. 24, 20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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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특징적인 몬순 기후는 해마다 장마와 태풍이 한번쯤은 와줘야 하는데 올여름 장마와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가는 바람에 충청권에 가뭄이 심하다. 강수량으로는 40년 만의 최저다. 체감 정도로는 노인들도 태어나서 처음 겪는다고 할 만큼 심각하다. 예산의 예당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보령댐도 내년 3월이면 완전히 마를 것이라고 한다. 다만 4대강 사업으로 보()를 만든 금강에는 물이 찰랑거리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010년 처음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그 돈을 교육과 복지에 쓰자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친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 그가 결국 가뭄 끝에 금강 4대강 보의 물을 활용하기로 했다. 안 지사는 중앙정부에 금강 백제보에서 보령댐 간 25km 관로 건설을 요구한 데 이어 다시 금강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 간 30km 관로 건설을 요구했다. 진실은 궁해서야 드러나는 법이다.

저수지 바닥을 파고 또 파도 물이 나오지 않아 기우제밖에 지낼 수 없는 상황보다는 가뭄에도 어딘가 쓸 물이 남아 있는 상황이 백배 천배 희망적이다. 4대강 사업 비판론자들은 끌어다 쓰지도 못할 물 있으면 뭐하느냐고 비아냥거렸지만 막상 관로를 통해 끌어다 쓸 궁리를 하니 그런 비아냥거림이 무색해졌다. 다만 몇 달 내로 수십 km에 이르는 긴 관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왜 지천과 지류 정비 작업은 빨리 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4대강 사업에도 벌써 어떤 기시감이 든다.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포항종합제철 건설 때도 강력한 반대가 있었으나 후일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됐다. 사람이 살다 보면 앞에 닥칠 일을 못 내다보고 후회할 선택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어리석은 인간이다. 그러나 고지식하게 끝까지 반대해 자가당착()에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제에 맞닥뜨려서 과거의 판단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다. 안 지사가 후자라야 더 큰 자리를 바라볼 수 있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