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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대의 한자 공부

Posted August. 26, 201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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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제자 15명에게 자신들의 학교 이름을 한자로 쓰게 했더니 9명이 제대로 쓰지를 못했다. 2011년 성균관대 이명학 교수가 서울시민을 상대로 자녀의 이름을 한자로 쓰게 했더니 30대의 62.8%가 제대로 쓸 수 없었다. 영어로 된 랩 가사를 흥얼거릴 수 있고 인터넷 영어 검색이 능숙한 젊은이들일수록 한자는 암호문일 뿐이다.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배운 적이 없는 한글세대가 커서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자교육은 중고교에서 1800자를 배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도덕, 사회, 수학 교과서에는 일부 한자어가 병기되고 있지만 초등학교 한자수업에 자율에 맡겨져 있다. 한글단어의 70%가 한자에서 유래된 상황에서 한글만으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한글전용이 학생들의 어휘력과 사고력의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자실력의 차이가 진급할수록 학력차이로 연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육부가 전문가들로 구성한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가 24일 개최한 초등학교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김경자 위원장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표기하는 4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하거나 본문 옆에 여백이나 각주()에 한자를 표기하는 방안인데 어떤 방식이든 교과서를 통해 한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표의문자인 한자는 특성상 글자를 익히면 그 글자에 담긴 역사적 문학적 철학적 맥락을 모두 익힐 수 있어 국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세상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한글로도 불편함이 없는데 왜 학습부담을 늘리는가 한자를 병기하는가라는 한글전용론자의 반대가 만만치 않지만 여론은 한자교육에 긍정적이다. 이명박 정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9%가 찬성했다. 동북아시대의 부상도 중요한 변수다. 한중일은 한자문명권이므로 기본한자만 알아도 삼국 간에는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이제 사대주의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한자교육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