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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된 권은희 의원

Posted August. 21, 20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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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야당 의원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에 빗대 여권무죄 야권유죄라고 주장했다.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여권과 야권을 차별한다는 의미다. 검찰이 2012년 대선 직전 발생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최근 불구속 기소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말을 만드는 것이야 자유지만, 그 의미가 적절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김 전 청장의 기소와 재판은 전적으로 사건 수사를 맡았던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의 폭로에 의한 것이었다.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하려 하자 김 전 청장이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토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폭로의 핵심이었다. 김 전 청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경찰공무원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세 가지였다. 그러나 법원은 1,2,3심 모두 예외 없이 이들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의 재판부는 권 의원의 법정 증언에 대해 다른 증인(경찰관)들의 증언 또는 객관적 사실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론 김 전 청장이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권 의원의 위증협의가 반드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폭로 때문에 재판정에 선 사람이 무죄를 받았다면, 폭로한 사람의 법적 책임을 따져볼 필요는 있다. 사법부가 엄정하게 심판하면 될 일에 정치적 해석이 끼어들 이유는 없다.

더구나 권 의원은 그 폭로 덕분에 얻은 것도 많다. 정의의 사도라는 야권의 칭송은 차치하더라도 총경급 경찰 간부에서 국회의원으로 초고속 출세했다. 마땅히 받아야 할 상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거짓이나 과장으로 이룬 성취인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김 전 청장도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이 경찰과 법정에 이어 정치에서 다시 맞붙게 될 지도 흥미진진한 관심거리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