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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뚱한 표정

Posted August. 10, 20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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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프로그램 돌직구 쇼에 출연 중인 필자는 생방송 도중에 김진 앵커로부터 미소를 지으라는 사인을 종종 받는다. 연예인도 아니고 왜 웃음을 팔라고 하지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언짢기도 했다. 그러나 녹화된 영상을 다시 본 뒤 왜 그런 요청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남자 패널들은 늘 표정이 자연스러운데 나만은 피곤하고 심술궂게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이제는 입이 아플 정도로 웃으며 방송에 임한다.

가만히 있으면 화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많은 유명 인사들이 Resting Bitch Face(RBF가만히 있을 때 나오는 뚱한 표정)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피치퍼펙트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애나 켄드릭은 미국 CBS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스타그램에 나의 뚱한 표정을 고쳐주는 기능은 없느냐고 호소했다.

유명인만 겪는 일은 아니다. 셀카를 찍어본 많은 이들이 느낄 것이다. 휴대전화 카메라에 대고 과장되게 웃거나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지 않으면 얼굴이 얼마나 이상하게 나오는지 말이다.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이, 남자에 비해 여자가, 청년에 비해 중장년이 RBF가 심하게 나타난다. 특히 한국인은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턱뼈가 발달해 서양인에 비해 입꼬리가 처져 있다. 격렬하게 미소 짓지 않으면 화가 난 표정이거나 멍청해 보이기도 한다.

RBF란 용어는 누리꾼이 만들어낸 신조어이지만 여성비하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남자가 심술궂고 고집스럽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여자가 그렇게 보이는 것을 문제시하는 분위기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매일 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어야 하는 필자로서는 공감 가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라도 웃는 건 좋은 일이다. 웃으면 얼굴 근육이 바깥쪽으로 펴지고 위쪽으로 올라가 표정이 환해지고 젊어 보인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고 웃어서 행복해진다는데 우리 여자들, 이왕이면 더 웃어서 더 행복해지자.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