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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해양대통령

Posted July. 03, 20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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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재보험회사인 로이드사는 1688년 에드워드 로이드가 영국 런던에 연 로이드 커피하우스로부터 출발했다. 선주들이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당시로서는 손실이 가장 큰 범선 사고 대책을 논의했다. 보험을 중심으로 해운업이 발전하다 보니 해사 관련 국제기구만은 뉴욕이나 제네바가 아니라 런던에 몰려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런던에 본부를 둔 유엔기구로 선박 안전과 해양환경 보호를 주 목적으로 한다.

IMO 사무총장에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선출됐다. 이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활약하고 있지만 작고한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배출한 유엔 전문기구 수장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IMO은 WHO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못지않게 규모가 큰 유엔 전문기구다. 보건전문가나 농업전문가가 아니면 WHO나 FAO에서 활약할 수 없듯이 해사전문가가 아니면 IMO의 이너 서클에 낄 수 없다.

임 사장은 해양수산부 관료 중에도 보기 드문 마도로스 출신이다. 1977년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외항선 항해사로 배를 탔고 선장 자격도 갖고 있다. 1986년 해운항만청 사무관으로 특채된 뒤 순환 보직을 마다하고 해사안전 분야 한 길만 뚫었다. IMO에서 3년간 연락관으로, 주영 대사관에서 3년간 IMO 일을 보면서 IMO 전문가가 됐다. 이를 통해 수십 년 IMO 일을 해온 외국의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수 있었다.

한국인이 해양의 세계대통령이 된 것은 경사스런 일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잔치상에 젓가락을 놓고 싶었던 모양이다. 부산 출신인 김 대표는 임 사장을 잘 알고 지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정부가 임 사장 당선에 아무런 협조를 하지 않았다며 해양수산부 장관을 겨냥했다. 해수부가 반박하자 김 대표 측은 유기준 장관 취임 전 일이라며 물러섰다. 그러나 임 사장의 출마는 현 IMO 사무총장이 신병으로 연임을 포기하면서 올해 초 결정된 것이다. 좋은 일에는 모두가 공을 다투고 불리한 일이 터지면 숨기 바쁘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